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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對南 투자유치 공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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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北京=文日鉉특파원]北-美제네바회담 타결로 남북한 경제협력이재개될 것이 확실시 되는 가운데 북한이 국내기업과 개별접촉을 시도,기업간 상호경쟁을 유발시키는등 대남(對南)기업 투자유치 공세에 나서고 있다.
북한의 이같은 공세는 김일성(金日成)사망후 주로 대남 기업 전문창구로 설립된 고려민족산업발전협의회(약칭 고민발)베이징(北京)대표부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고민발은 남한기업의 대북창구 노릇을 해온 삼천리무역회사를 흡수통합해 김일성(金日成)사망 한달뒤인 8월 출범한 대외무역기구로 국내기업 관계자들과 접촉할때『앞으로 대남 창구는 고민발이 전담키로 결정됐다』고 강조하면서 대기업과 중견기업 들을 상대로개별접근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 9월초 이성록 고민발위원장이 베이징을 방문,H그룹.D그룹과 조미료회사인 M,개신교계통의 기업등과 접촉해 투자상담을 벌였으며 무역진흥공사측과도 만나 상호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성록은 국제무역추진위 부위원장을 지냈던 인물로 김일성 사망후 대남기업 전담으로 기용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민발은 특히 국내기업들에게 북-미회담 타결후인 10월중 이성록이 중국을 재방문할 예정임을 은밀히 알려 접촉제의를 했다는것이다. 이같은 사실이 국내기업들에 알려지자 북한특수를 겨냥한기업들은 고민발을 비롯,김정일(金正日)의 만경봉학교 동기동창인박종근과 재미교포 박경윤(여)이 책임자로 있는 금강산개발무역총공사측에 선을 대려고 각개약진식 접근을 시도했으며 일 부 중소기업까지 여기에 가세함으로써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던 것으로 업계측은 전하고 있다.
북한 초청장을 받으려면 50만~1백만달러를 지불해야한다는 이야기가 나돈 것도 같은 시기였다.특히 지나친 과당경쟁으로 정작우리기업의 투자가 필요한 쪽은 북한인데도 만나주는 것조차 대단한 생색을 내는등 북측 창구의 주가만 올려놓았다 는 자성이 업계에서 일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속사정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업계측의 철저한 보안유지로 이같은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던 정부당국은 한 업체의 귀띔으로 상황을 파악하게 됐고 이에 따라 최근 무분별한 대북접촉을 자제토록 긴급 지시를 내린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북한측의 이같은 공세에 선뜻 응하지 않고 있다.고민발이 대남 전문담당 창구라고 주장하지만 과거 유사한 국제무역추진위도 아직까지 해체되지 않고 있으며 특히고민발이나 금강산등 북한측라인들이 저마다 은근히 실세임을 과시하는등 서로 경쟁적 태도를 취하고 있어 정확한 상황판단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례로 통일교재단의 거물인사와 국내 대기업총수의 방북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진 금강산개발무역총공사의 박종근과 박경윤이 최근불화를 빚어 양자가 갈라섰으면서도 여전히 두 朴씨는 자신에게 실권이 있는 것처럼 행세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북한측은 국내기업과 개별 접촉,상호 경쟁심을 유발시키는등 전략적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어 『기회를 먼저 잡는 쪽이 유리하다』는 막연한 경쟁심을 앞세우다간 자칫 큰 낭패를 당할 수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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