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책>"정신의 발견" 브루노 스넬 지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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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오늘날 만큼 서구의 정신문화에 대한 평가가 쟁점이 되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근대 이후 합리주의.이성주의.과학주의로 표현되는 서구의 정신문화가 아직도 인간의 진보를 가능케 하는가,아니면 인간의 삶을 총체적으로 파괴하기 때문에 지 양되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현재 서구의 지성들 사이에서 중요한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서구 정신문화에 대한 평가가 어떻든 오늘날의서구 정신문화가 그리스적 사유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책은 그리스의 정신문화를 현재의 서구 정신문화를 낳게한 하나의 완성된 비역사적 인간성으로 파악하는 고전주의적 방법을 거부한다.이 책에 따르면 정신은 그때그때마다 역사적으로한정된 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으며 인간의 개성적 인 행위를 통해서만 드러난다.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그리스적 사유를 오늘날의 언어로 완전히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하면서도 근대적관념들 속에 유산으로 남아 얽혀있는 한올의 실을 통해 그리스적사유에 개입할 수 있다고 한다.저 자는 그리스인들이 성취한 성과의 역사성 속에서 유럽의 정신세계를 지배해온 그리스적 사유의발견과 발전과정을 탐구한다.호머의 인간 파악에서 시작하는 이 책은 위대한 시문학인 헤시오도스,서정시의 성립,비극의 발생,그리고 비극에서 철학으 로의 이행 과정을 설명하고 나아가 인간 및 신적 지식,역사의식,덕에 대한 권고,자연과학적 개념의 형성에 대한 글들을 덧붙인다.〈김재홍옮김.까치.5백12쪽.1만2천원〉 〈金蒼浩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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