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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10만년 전 선사문명, 해저에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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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마추어 고고학자들은 고고학 그 자체의 희열과 모험을 즐긴다. 반면 이른바 프로 고고학자들은 만들어진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따라서 그들이 고고학적 해설을 독점할 권리는 없지 않을까?"(하권 67쪽)

핸콕은 이 말이 마음에 다가왔을 것이다. 아니 자기 활동을 옹호해줄 이념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근대 직전에는 아마추어들의 독무대가 고고학이기도 했으니까. 어쨌거나 몰타에서 만난 동업자 발언을 책에 인용한 것은 그 때문일 텐데, '신의 봉인'은 핸콕 고고학의 중간보고서다.

프로들의 독점 마이크를 잠시 꺼둔 채 들어볼 핸콕의 주장은 이렇다. 1만5천년 전에서 8천년 전 사이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크게 상승했다. 1백m 이상이나. 2천5백만㎢의 대륙이 바다로 가라앉은 것이 그때다. 범지구 차원의 홍수설화란 그 대재앙에 대한 구전. 자, 그렇다면 바다 밑에는 선사문명의 흔적이 무진장이라는 얘기다.

거기까지가 세계적 베스트셀러 '신의 지문' '신의 암호'의 내용이다. 정통학설을 무시한 채 문명의 시작을 10만년 전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용감한 가설'인데, 7년 만에 출간된 이번 책은 장난이 아니다. 잠수장비를 둘러멘(부인 산타 파이아도 스킨스쿠버 선수급이다) 핸콕이 5대양 6대주 해저를 누비며 선사문명을 탐사해 촘촘히 기록한 것이 이 책.

가설을 입증하고야 말겠다는 핸콕의 독기가 서리서리 배어 있지만, 문제는 읽는 맛. 프로 학자들의 과학적 방법론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인지 구수한 맛은 전작들보다 상대적으로 덜하다. 너무 '적'을 의식한 것일까? 여기서 물어보자. 프로들이 옳을까, 핸콕 가설도 '말은 되는'것일까.

단언 대신 이런 정보를 염두에 둬보자. 2002년 초 인도 정부는 캄베이만 해저에서 모헨조다로 도시유적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탄소 측정연대는 9천5백년 전. 단 이런 정보나 핸콕의 주장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신의 봉인'은 학술서가 아닌 '즐기기 위한 책'이니까.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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