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동아그룹,성수대교 헌납결정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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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원석(崔元碩)동아건설그룹 회장이 26일 성수대교의 재시공.
헌납을 전격적으로 발표함으로써 보수후 재사용및 전면 재시공 여부로 논란을 빚었던 성수대교 복구문제는 가닥이 잡히게 됐다.
당초 동아건설측은▲5년간 하자보수기간이 지났고▲설계하중을 초과하는 무리한 교통량의 방치및 관리소홀이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점을 들어 법적인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그러나 한강교량의 전반적인 부실이 노출되면서 시공회사의 부실시공을 비난하는 여론이 고조되자 법적인 차원을 떠나 시공사로서도의적 책임을 지기로 한 것이다.
따라서 성수대교의 재시공.헌납과 함께 서울시내 교량의 유지.
보수비용으로 1백억원을 별도 출연하기로 한데는 이번 사고가 부실시공이 원인이 아니라 유지.관리의 잘못때문이라는 점을 암시하고자 하는 기업인으로서의 자존심이 은연중 배어 있 다는 분석이다. 崔회장은 이같은 결심을 하기에 앞서 정부.서울시 고위관계자와 일체의 교감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회사 경영진과도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았다.이날 오후4시쯤 崔회장으로부터 기자회견 준비를 지시받은 비서진에 따르면『책임지기로 결심했 으니 발표 준비를 해달라』는 말외에는 일절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영진에서도 오후6시 기자회견 직전까지 崔회장의 결심 내용을 몰라 서로 수소문하는등 혼란이 일었다.
다만『책임지기로 했다』는 것으로 미뤄 다리를 재시공하겠다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추측만 떠돌았다.
한편 崔회장은 기자들과의 문답을 통해『서울시와의 협의를 거쳐교량의 구조.규모등을 결정하되 서울시 의견을 따르겠다』고 밝혀교량의 규모는 현재의 왕복4차선이 아닌 최소한 6차선이상이 될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성수대교의 평소 통행량을 고려,재시공할 경우 6차선이상으로 규모를 늘릴 것을 이미 검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수대교를 새로 시공하는데는▲공법과 구조▲남북 연결지점의 변경 여부▲교각의 재활용 여부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철거후 전면 재시공에는 약 1천5백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동아그룹의 올해 추정 당기순이익 규모가 1천3백40억원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그룹 전계열사의 한해 영업이익을 고스란히투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바로 이점에서 동아건설의 이번 결정은 우리사회에 책임지는 기업 풍토를 진작시켰다는 측면이외에도 발주기관의 요구수준과는 별도로 기업이 스스로의 명예를 지킬 수 있는 수준의 정밀시공을 하지않을 경우 얼마나 큰 업보를 안게 되는지를 보 여주는 산 교훈이 될 것이다.기자회견 말미에 崔회장이『동아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결심을 하게 됐다』고 토로한 부분이 이를 방증해주고 있다. 〈李光薰.金炫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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