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신의나의골프>11.두번째 프로대회 이변 연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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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1985년3월 LA북쪽 그렌데일市에 위치한 오크먼드CC에서 GNA여자골프클래식이란 경기가 있었다.
오크먼드CC는 US오픈등 주요 프로대회가 개최되는 캘리포니아의 대표적인 명문코스로 산간고지에 위치,이 지역의 다른 코스와는 판이하게 달랐다.특히 그린이 어려운 것으로 유명했다.이번에도 지난해 샌 디에이고 경기와 같이 2명을 선발하 는 예선을 통과,2번째로 LPGA경기에 참가케 됐다.
나는 지난해 출전 경험탓인지 이번에는 별로 두려움 없이 경기에 참가할 수 있었다.
첫날 나는 경기에 참가한 프로들에게 층격적인 이변을 만들어냈다.중간에 보기와 버디를 한개씩 이븐으로 계속하다가 17번과 18번홀에서 연속버디를 뽑아 2언더파 70타로 경기를 끝냈다.
오전조중 선두.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이 오후조 에서 누군가더 좋은 성적으로 들어오겠지 생각했으나 그후 들어오는 스코어나중간중간에 보고되는 성적을 보아 70타는 없을 것이라는 결론이나자 모두들 술렁이기 시작했다.
나자신도 기대치 않았지만 그래도 내이름이 리더보드의 꼭대기에올라있는데 기분이 좋았고 마음속으로도 무척 흥분돼 있었다.
그날 경기가 끝날 무렵 나는 프레스룸으로 불려들어가 각 신문.통신.잡지 기자 40여명 앞에서 인터뷰를 했다.고등학생이 프로대회에서 선두에 나선 것자체가 뉴스라는 것이다.아주 오래전 미국 LPGA초창기에 간혹 아마추어들이 선두에 나 선 적은 있지만 그날 나의 기록은 전례가 없었다고 현지 기자들이 설명해줬다. 각종 통신장비가 곳곳에 설치돼 있는 룸 단상에 앉아 그들의 질문에 답했고 그들은 남은 거리.클럽 넘버.볼컨디션.그린 상황등 매홀 매샷에 관해 꼬치꼬치 캐물었다.
나는 그날의 스코어 70,즉 70타의 스트로크에 관해 모든 것을 너무 뚜렷이 기억할 수 있었고 정확히 설명할 수 있었다.
열심히 대답을 하고 있는데 옆방에서 크게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아니,그 조그만 일본아이가 1등이란 말이야.』왠지 기분이이상해 설명을 중단하고 나는 한국에서온 코리안이라며 나의 이민이야기를 설명하자 기자들은 더욱 놀란 표정을 지었■ .그 후부터 오늘까지 나의 특별한 설명이나 주문이 없어도 현지 언론에서나를 설명할 때는 코리아와 서울이라는 단어들을 언제나 자연스럽게 적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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