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여성포럼 여성노동.정신대 중점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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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배경이 다른 여러나라의 여성들이 국경과 이념을 초월해 「여성문제」라는 공동의 주제로 연대할 수 있을까.대답은『그렇다』다.
지난 20~23일 일본 도쿄(東京)근교 후지사와(藤澤)시 가나가와(神奈川)현 여성센터에서 열린 「제1회 동아시아 여성포럼」은 이념과 체제는 달라도「여성은 하나」라는 자매애(Sisterhood)를 확인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중국.대만.홍콩.마카오.몽고 등 7개국 여성 5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 포럼은 내년 9월 베이징(北京)에서 개최될「제4차 세계여성회의」에 동아시아권 여성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자는 게 그 취지.
이번 포럼에서는 여성과 개발.정치.인권.문화.평화 등 5개분과에서 16개 주제가 광범위하게 다뤄졌다.발표자.방청석의 열띤참여로 분위기가 고조된 이번 포럼에의 관심의 초점은 경제개발로인해 파생된 여성노동문제와 정신대문제.일본 여 성문제에 대해 발표한 마쓰이 야요리(松井郁依.前 아사히 신문 논설위원)씨는『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인 일본이지만 여성들은 남성임금의 절반에도못미치는 저임금과 철저한 성별분업,날로 확대돼 가는 서비스산업에의 종사로 성적착취가 증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이러한 상황은 한국과 대만.홍콩 등도 별다를 게 없다는 것이 각국의 발표. 또 일본을 비롯한 한국.대만등이 중국.말레이시아 등에 기업진출을 통해 여성노동자들을 열악한 노동환경속에서 엄청난 저임금으로 혹사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선 가해자국과 피해자국의 여성들이 공동으로 실태를 조사하고 이 문제를 연구할 기관 을 설립하자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이번 포럼에서 각국 여성들간의 끈끈한 연대를 가장 잘 확인할수 있었던 문제는 정신대문제.특히 포럼에 참석했던 일본 여성들은 한국의 권희순 목사(정신대문제 대책협의회)가 발표한▲정신대문제에 대한 일본의 철저한 진상규명 ▲국회에서의 사죄▲개개인에대한 배상 등을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일본의 UN 상임이사국 가입을 반대하는 서명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자는 모습을 보여줘 참석자들의 감동을 샀다.한편 사흘에 걸친 토론끝에 참석자들이 내린 결론은「여성의 정치세력화야말로 여성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여성의 정치참여율이21%에 이르는 중국을 제외하면 참여율이 가장 낮은 한국의 2%를 포함,대부분의 국가들은 10%미만.
따라서 여성의 정치참여를 법적으로 보장해주는 할당제의 도입,중선구제 채택,여성정치기구의 확대 또는 신설 등을 행동강령으로채택하고 이를 내년 베이징회의의 행동강령에 적극 반영키로 했다. 그밖에도▲교육에서의 여성차별철폐▲인신매매와 매춘의 근절을 위한 대책촉구▲종교에서의 여성차별 철폐 등 1백여개 항목의 행동강령을 채택하고 이를 제4차 세계여성회의에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UN 여성지위위원회 등에 의견을 보내기로 했 다.
한편 이번 포럼에 한국에서는 기획책임자 박영혜 교수(숙명여대)를 비롯해 강기원 변호사,정강자(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신낙균(한국여성유권자연맹 회장).손봉숙(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김정숙(한국여성정치문화연구소장).신혜수(한국여성의 전화 부대표).최영애(한국성폭력 상담소장)씨 등 45명의 여성단체 대표가 참석했다.
제2차 동아시아 여성포럼은 96년 서울에서 열리기로 합의됐다. [후지사와市=文敬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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