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 두드린 한복이미지 파리컬렉션 참가 한국디자이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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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 10일부터 18일까지 파리에서 열린 95 봄.여름 프레타포르테(기성복)파리 컬렉션에는 이신우(李信雨).진태옥(陳泰玉).이영희(李英姬).홍미화(洪美和).안피가로(安彼佳路)등 5명의 한국 디자이너가 대거 참가,「패션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려는한국의 의지를 내보였다.한국 디자이너들은 공통적으로 한복의 선과 우아함을 살려 실용적이고 간편한 서양옷과의 결합을 시도한 의상을 선보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이 행사 막바지인 17,18일 패션쇼 시간을 배정받음으로써 세계적인 유명 저널리스트.바이어들이 불참,매스컴의 플래시를 비껴가는 「초라한 잔치」를 벌이는데 그쳤다. 17일 루브르궁전 지하 카르젤 룸에서 쇼를 연 이신우씨는 날아갈듯 가벼운 소재와 한복속감같은 하늘거리는 소재를 이용한 미니스커트.원피스등 80여점의 의상을 발표했다.특히 어깨에고무줄을 넣어 부풀린 슈미즈 타입의 미니원피스는 날아 갈듯 가벼우면서도 소녀다운 아름다움을 표현한 에로티시즘이라는 평을 받았다.이어 열린 진태옥씨의 쇼는 「東과 西의 만남」을 주제로 한 의상을 선보여 눈길을 모았다.「한국가요 1백년사」를 발췌,중간에 삽입한 독특한 음악으로 진행된 이날 쇼에서는 특히 한국의 전통결혼식에 입던 활옷(붉은 바탕에 십장생 자수)과 서양의진을 조화시킨 의상이 박수갈채를 받았다.17일 파리시내의 루테시아 호텔에서 열린 이영희씨 쇼는 학.구름등 잔잔한 작은 수를놓은 파스텔 색상으로 한복 바지를 양복화한 파자마 룩,남녀 한복의 저고리를 길고 짧은 재킷으로 변형한 의상등이 독특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한복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지난 시즌에이어 이번에도 제기됐다.
18일 오전 센 강의 유람선 「콩코드 아틀란틱」에서 전개된 홍미화씨의 쇼는 어린 날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동화같은 의상들을 선보였다.한 일본신문은 「구름같은 흰색 이미지」를 표현했다고 격찬했다.거즈에 금.은박을 넣어 반짝거리는 슈트,흰색의 모슬린.실크로 된 부풀린 치마에 알록달록한 꽃잎을 수놓듯 붙여동심을 표현한 로브.드레스등이 갈채를 받았다.
한편 이에 앞서 13일 패션 쇼를 가진 안피가로씨는 한복의 소박한 선과 질감을 응용,날아갈듯 가벼우면서도 무겁게 가라앉는한민족의 정서를 표현한 60여점의 의상으로 파리무대에 첫선을 보였다. 그러나 5명이라는 사상 최대 숫자의 디자이너가 참가한이번 컬렉션에서 한국디자이너의 옷들은 전반적으로 상품성이 약한테크닉 위주의 「보여주기」에 치우쳐 세계무대 진출에는 아직도 역부족임을 실감케 했다.지나치게 작품성.트렌드만을 강 조하거나한복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품격있는 서양옷의 토대가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파리=李貞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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