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모래성 계속 쌓을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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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성수대교가 무너져 내리던 날 생방송 중계를 보면서 과연 우리가 이제까지 쌓아올린 성이 모래위에 지은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많은 사람들이 「대충대충」해도 된다,「빨리빨리」해야 된다는 일 처리방식에 짙은 회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누가 누구에게 개인적인 책임을 물을 것도 없이 흔히 말하는대로 대형공사에 존재하는「5부실(不實)3비리(非理)」가 문제의본질이라는 것은 이제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 돼버렸다.
그래서 당국이 사후조치라고 야단을 떨어도 시큰둥하게 쳐다볼 뿐이다.너무 일이 엄청나 이제 어떻게 국가기강을 바로잡고 제대로 살고싶은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지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마실 물도 안심하고 마실 수없고 범죄의 공포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다리가 꺼질까,도로가 무너질까 가슴졸이며 다녀야하는 국민은 무엇을 정부에 요구해야 하는가.국가의 기본 관리능력과 관련되는 일이 수없이 발생하고 있지만 모두 지난시절 문제가 배태된일이라는 답변에 허탈감만 앞선다.과연 이 사람들에게 국가를 리드하라고 권력을 쥐게한 것이 잘한 것이냐는 의문이 생기지 않을수 없다.
현 정부가 개혁을 국정목표의 우선순위로 내걸었을 때 많은 국민은 민주화와 함께 이 나라 국민이 된 것을 모처럼 자랑스러워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개혁은 결국 권력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한 또하나의 시도에 불과했고,국민 복지.안녕과는 거리가먼 것임을 국민은 깨닫고 있다.인천 세무공무원 비리가 오랜 기간 조직적인 형태로 자행돼왔음이 만천하에 공개되었을 때 무엇을개혁했는지 국민은 수없는 자기 의문에 싸이지 않을 수 없었다.
국민이 오랜기간 독재시대를 겪으면서 너무 온순해졌다 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조용히 마음 깊숙이 타오르는 분노의 목소리를 들을 수없는 지도자는 자격이 없다.그리고 국민은 심판의 날을 기다릴 것이다. 국민의 세금을 거둬 나눠먹고 언젠가는 무너질 다리를 만든 공무원과 기업은 자식들의 얼굴을 한번은 조용히 들여다 볼일이다. 분노와 허탈을 딛고 일어서려면 이제라도 비리와 부실이결코 개인의 윤리적 차원에선 해답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을 전 사회가 인정해야 한다.현 정부가 추진한 개혁과 사정은 개인의 윤리적 책임만을 물었다.그 결과 공직사회는 움직이지 않 게 되고 되돌아서 냉소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피상적 처벌과 일시적 책임추궁은 공직사회를 더 경직시키고,대형사고 그 자체로 인한 피해보다 더 큰 파급효과인 일 안하고 책임 안지려는 악순환만 가져올 것이다.그리고 대형사고는 또 발생 하고 그때가서 다시 한번 했던 일을 되풀이할 것이다.
선진사회는 예외없이 선진적제도와 사회적 규범,즉 행동양식을 갖고 있다.가장 중요한 것이 건전한 시장원리로 이는 각 개인의자연스런 이기적 동기를 인위적으로 억누르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창의적인 동기로 이용하는 것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國政능력 과연있나 따라서 사회구조적인 부패.비리를 해결하려면 부패.비리에 몸을 담으려는 인센티브를 시장원리로 줄일 수밖에 없다.부패.비리에 가담해서 얻는 이익과 그것이 노출되었을 때 입을 개인적 손실을 계산하게 만드는 것이 시장원리다.우리같이 부패 .비리가 집단 이기주의에 의해 보장되는 구조를 갖고서는 지대추구적 경제(rent-seeking economy)의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계속 모래위에 성을 쌓을 것인가,그렇지 않으면 이제라도 기초를 다질 것인가 선택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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