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인사 인상줄까 딜레마 빠진 청와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성수대교 붕괴참사의 책임규명을 놓고 청와대가 깊은 고민에 잠겨있다.고민의 핵심은 이원종(李元鐘)前서울시장과 우명규(禹命奎)신임시장에 대한 검찰의 소환조사와 사법처리 여부다.
실제 혐의가 있는 지는 조사해 봐야 드러날 일이지만 이들에 대한 조사 또는 사법처리는 정치적 판단을 요하는 문제다.야당에서 李前시장 구속과 禹시장 소환조사를 요구하는 것도 부담이다.
청와대는 야당과 여론의 방향이 李前시장의 구속여부에서 새로 임명된 禹시장의 관련여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데 대해 당황하고 있다.
사실 禹시장을 임명하자 마자 공무원 사회에서는 의아한 시선과불만들이 터져나왔다.
禹시장이 과거 토목공사의 책임자 자리에 죽 앉아 있었는데 그를 승진기용한 것은 납득이 안된다는 것이었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게 禹시장을 추천한 사람들에 대한 비난도 나오고 있다.『학연이 작용했다』『아무리 그래도 추천하기 전에 그 인물에 대한 경력이나 공무원사회의 평판에 대해 알아봤어야 했다』는 것이다.
禹시장을 임명한데 대해 뒤에서 말이 많다는 보고도 金대통령에게 올라갔다.사고가 발생했는데 어떻게 서울시 공무원들은 모두 승진하느냐는 세간의 얘기도 전해졌다.金대통령은 이 때문에 추천한 청와대 인사들에게 대단히 화를 냈다는 후문이다 .
李前시장의 구속은 禹시장에 대한 문책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어정부로서는 딜레마다.李前시장 사법처리에 禹시장이란 돌발변수가 최대 장애로 등장했다는 얘기다.붕괴사고가 일어나던 날 오후 전격 교체임명했던 禹시장에 대해 사법처리까지는 가 지 않고 소환조사 정도만 해도 국민들 눈에는 이번 인사가「졸속 인사」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우리사회의 정서로는 검찰의 사실확인을 위한 소환조사를 범죄와동일시하기 때문이다.여기에 청와대의 고민이 있다.
청와대는 사고발생때부터 李前시장에 대해 강경분위기가 형성됐다.수석비서관들은 물론 일반 비서관들은 李前시장에 대해 안타까움과 동정을 보냈지만 대통령의「진노」가 워낙 컸다.
李前시장은 사고 발생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내년 6월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정치인이 아닌 행정가로서는 아주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꼽힐 정도로 평판이 좋았다.잡음없이 일을 열심히 할 뿐더러 유능한 행정인으로 인식됐다.
그렇지만 金대통령은 용납하지 못했다.지난해 언론보도등으로 한강교량이 문제가 됐을 때 세차례에 걸쳐 李前시장에게『정말 안전한거냐.철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으며 그때마다 李前시장은 『안전하다』고 보고했다는 것이다.
일선 공무원들이 기관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대통령이그렇게 신신당부했으면 시장이 여러 채널을 통해 챙겨봐야 할 것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속에 李시장은 즉각 경질됐으며 사법처리도 임박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신임 禹시장이 지난해 4월 서울시 부시장으로 재직했으며 성수대교 건설당시 도로과장이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청와대의분위기는 뒤숭숭해졌다.
이 때문에 청와대내 일부에서는『앞으로 있을 개각에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도 나올 정도다. 〈金斗宇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