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업>영화 "해적" 의리의 사나이 우만役 이일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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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션배우가 되리라곤 생각도 못했습니다.사실 저는 코믹연기를 하고 싶거든요.』 지난주 액션영화 『해적』촬영을 마친 이일재(34)는 지난 다섯달 동안의 긴장됐던 생활을 떠올리며 한숨을 돌린다. 그가 영화에서 맡은 배역은 어민들의 어업권을 지키기 위해 조직폭력배에 혈혈단신 대항,정의와 의리를 지키는 사나이 우만역이다.조직폭력배의 생리와 사회의 부패구조를 고발하면서 통쾌하지만 잔인하지 않은 액션의 진수를 보인다는 것이 이 영화의 계산. 『이번 영화는 어느 때보다 관객의 심판을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그만큼 독특한 영화였어요.』 검정색 구두를 한껏 걷어올리며 발을 쭉 뻗는 모습에서 공격성이 느껴지다가도 발을 모으고 친근한 음성으로 얘기할 때면 강유(强柔)가 겸비된 남성상을 연상시키는 그는 스스로 『편안한 분위기를 주는이미지』라고 여기고 있다.
현재 상영중인 『게임의 법칙』에서도 이런 양면적 개성이 발휘돼 데니라는 보스의 브레인역을 절도있게 소화했다.그래서 나중에그가 제거되는 장면에 불만을 품은 팬들의 성화가 대단했다는 후문이다. 최근 KBS-2TV의 수목드라마 『인간의 땅』에서 항일의병운동에 주도적 역할을 하는 김찬역을 맡고 있으며,시청률이하루가 다르게 뛰는 것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기도 하다.그러나 드라마 촬영하다 발을 다쳐 『해적』에서의 멋진 폼을 보여주지 못한 것을 못내 안타까워 하는 모습이다.
89년부터 『장군의 아들』1,2,3에서 하야시로부터 장군의 아들로 보스를 갈아 섬기는 주목역을 맡았던 이일재는 데뷔작의 영향 때문인지 본의 아니게 액션배우로 특화됐다.
***마음 속 그녀,만날 시간 아쉬워 그러나 그의 이미지는 남성옷 광고에선 「말끔하고 정중한 화이트칼라 엘리트」로 전혀 다른 모습을 띤다.영화와 광고 속의 이일재를 같은 사람이라고 알아보지 못할 정도다.표범을 부리는 넥타이를 맨 도시의 엘리트.성취욕의 표상같은 모습의 이일재에게서 발견하는 것은 다급함이아니라 넉넉함이다.
바로 그같은 긴장속의 평안이 영화 『해적』에서 어떻게 빚어질지 궁금하다.제딴에는 의리의 세계라고 착각하는 무리들에게 그가외치는 외마디가 들려온다.『그것은 소꿉장난에 불과해,페어플레이가 아니라고!』 『연기를 택한 것에 자긍심을 느낀다』는 그는 지금 한 숙녀를 마음에 두고 있는데 자주 만나지 못해 안타깝다고.보기보다 유머가 풍부하고 엉뚱한 구석도 많다는 소리를 듣는그는 『진정한 사랑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요즘 부쩍 든다』고 가을을 타고 있는 모습을 넌지시 비췄다.
글:李揆和기자 사진:金允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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