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호유람선 엔진고장났는데 운항 정원초과에 승무원3명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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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성수대교 붕괴 사고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시 발생한 충주호 유람선 화재사고 참사는 우리사회가 대형사고 앞에 얼마나 무방비 상태인가를 다시 한번 총체적으로 입증해준 인재(人災)였다.
성수대교 사고후「안전」과「완벽한 방재」가 최우선 과제로 되고있지만 이번 화재사고에서도 여전히 선박사고의 단골 메뉴인 정원초과와 관리소홀,안전규정 불이행,승객에 대한 안전대책 소홀,구조대의 늑장출동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인명피해가 컸던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원초과=사고가 난 충주 제5호는 정원이 승무원 3명을 포함해 1백27명이나 사고 당시 정원을 4명 초과,1백31명을 승선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무리한 운항=사고 유람선에 탔다 구조된 승객들에 따르면 사고 유람선은 출발 직전 엔진 이상이 확인됐는데도 무리하게 운항하다 엔진고장으로 사고를 낸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나 평소관리가 소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승객들에 따르면 유람선이 신단양선착장을 출발한지 1분쯤 지난뒤 갑자기 배의 엔진이 꺼졌고 5분후 시동이 걸려 다시 출발했는데 이때 당연히 엔진결함을 체크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안전규정 불이행=회사측은 선착장에서 승선자들의 명부를 작성하도록 되어 있는 규정을 어기고 명부작성을 하지 않아 사고가 난뒤 정확한 승선자 및 실종.사망자 현황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는가 하면 승무원들은 출항전 승객들에게 구명장비의 위치나 사용법등에 대한 교육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특히 정원을초과해 1백28명의 승객을 태우고도 당초 7명이 타야하는 이 배에 선장.기관사.갑판장등 승무원이 고작 3명밖에 타지않아 사고 당시 화재진압등 응급조치와 승객 들에 대한 안전대피에 소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 사고 선박회사는 대형 유람선 8척으로 하루 평균 왕복 34회에 4천여명의 승객을 실어나르면서도 단 한척의 구조선도 확보하지 않고 있었다.
◇늑장출동=경찰은 사고가 난뒤 1시간30여분이 지나서야 충주경찰서 구조정을 사고 현장에 보내 효율적인 인명구조를 할수 없었다. 특히 사고후 경찰과 공무원들은 오후5시쯤 현장에 도착했음에도 조명장비를 비롯한 각종 구조장비나 잠수부 등을 즉각 동원하지 못해 날이 어두워진 오후6시 이후에는 수색작업을 중단할수밖에 없어 피해자가 컸다.
평소 충주호를 운항하는 유람선들이 선실에서 승객들을 위해 가라오케를 틀고 춤을 추게 하는 경우도 많고 술에 취한 승객들까지 태워 항상 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었으나 행정당국이나 경찰은즉각적인 구조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았다는 지적이 다.
[忠州=安南榮.芮榮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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