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성수대교 붕괴사고 수사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동부건설사업소가 작성한「성수대교 손상 보고서」가 발견됨에 따라 검찰수사는 사고의 최종 책임자에 대한 사법처리를 향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이 보고서는 공무원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사고의 책임을 덮어쓴 「희생양」으로서가 아니라 당연한 의무를 태만히 한 공무원에 대한「응징」이라는 것을 입증해 검찰의 부담을 한결 덜어주고 있다.
○…지난해 4월 서울동부건설사업소가 「성수대교 손상보고」라는문건을 통해 성수대교의 보수를 서울시에 건의했으나 시설과와 도로계획과가 서로 자기들 과(課)소관이 아니라며 시민의 생명을 담보로 「핑퐁게임」을 한 것으로 밝혀져 공무원의 심각한 「복지부동(伏地不動)」현상을 그대로 반영.
검찰조사 결과 동부건설사업소측은 당시 안전점검대상 시설물 16개 가운데 일부러 성수대교를 1번으로 넣고『성수대교의 안전을위한 긴급조치가 필요하다』고 건의했으나 시설과는『도로계획과가 성수대교 차선 증설계획이 있으니 그곳 업무에 포 함시켜야 한다』며 책임을 떠넘겼던 것으로 판명.
그러나 도로계획과 역시『우리는 차선에만 신경쓰면 되지 교량의안전점검은 우리 소관이 아니다』며 보수책임을 다시 떠넘김으로써결국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던 한가닥 가능성도 공무원들의 무책임으로 공중에 떠버린셈.
○…구속된 양영규(梁英圭)도로시설과장은 검찰조사 내내『보고를받은 적이 없다』거나『기억이 나지않는다』며 혐의사실을 일관되게부인했으나 검찰이 동부건설사업소가 작성한「성수대교 손상보고서」를 내밀며 집중 추궁하자 그제서야 혐의사실을 시인.
梁과장은『당시 성수대교는 사고가 난 트러스 보다는 교각이 문제가 됐었기 때문에 트러스 부분의 균열이 이 정도의 참사를 불러올 줄은 몰랐다』며 보고 받은 사실을 간접적으로 인정.
梁과장은 25일 자정이 넘어 구속수감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희생자와 그 유족들에게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담당공무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개를 떨궜다.
○…검찰은 동부건설사업소가 작성한「성수대교 손상보고서」의 수신인이 서울시장으로 돼있어 이 문서가 서울시장등 보고계통에 있던 서울시 고위관계자들의 혐의를 증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될 것으로 낙관.
이 사건 수사본부장인 신광옥(辛光玉)서울지검2차장은『이 문건은 트러스의 연결부위 한쪽이 50㎝가량 내려앉은 사진이 다수 첨부돼 있는등 붕괴위험을 알 수 있는 중요한 보고서였다』면서『이러한 보고를 묵살한 사실이 입증될 경우 서울시본 청 관계자들도 사법처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李前서울시장등 고위관계자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임박했음을 암시.
○…우명규(禹命奎)서울시장등 지난해 위험성이 지적됐을 당시 서울시 고위관계자들에 대한 소환이 검토되는등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어 이번 사건수사가 이번주를 넘기지 않을 전망.
검찰 고위층은 국민들의 대정부 불신의 감정이 날로 심해지는 측면등을 감안,수사를 조속히 마무리 짓겠다는 방침을 정해놓고 있으나 실무검사들은 서울시 관계자들에게 직무유기죄를 적용하기가만만치 않아 크게 고심하는 눈치.
〈鄭鐵根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