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그룹 재벌2세 승계 시기놓고 추측무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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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최근 그룹총수의 나이가 70대인 현대.럭키금성.한라.코오롱.
한진.한보그룹 등을 중심으로 경영권 승계시기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부분 2,3세들의 경영스타일이 공격적인데다 최고 경영진을 젊은 층으로 물갈이하는 세계적 추세.창업세대의 나이.정부의 소유분산정책 강화등과 맞물려 조기승계설이 한때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창업자들의 왕성한 경영활동.관련 그룹 내부사정.2,3세들의 상대적으로 취약한 경륜.각종 선거를 앞둔 정치권과의 관계강화등에 비추어 특별한 돌출사안이 발생하지 않는한 조기승계는아직 성급한 판단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조기승계설이 가장 무성한 곳은 코오롱그룹.이동찬(李東燦.72)회장이 몇년전 자서전에서『70이 되면 나도 경영일선에서 벗어나 등산.낚시등 취미생활을 하고싶다』고 말한 것이 발단이다.여기에 외아들 웅렬(雄烈.38)씨가 87년 기조실장 을 거쳐 91년 2인자인 그룹 부회장직에 앉아 해외프로젝트등 큰건들을 직접 챙기면서 올들어 이같은 짐작이 증폭됐다.
하지만 그룹 관계자들은 李회장이 한창 일할 나이임을 들어 이를 일축한다.李부회장도 11월호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부친이 적어도 77세까지는 그룹 일을 맡기를 원한다』며 조기승계를 부인했다.
한보그룹은 정태수(鄭泰守.71)회장이 90년 3남 보근(譜根.31)씨를 부회장에 앉힌뒤 총회장(명예회장)으로 물러앉으면서조기승계설이 나돌았다.92년에는 하키협회 회장직을 역시 鄭부회장에게 넘겨주어 한보사건으로 얼룩진 이미지제고 차원에서 회장직을 넘기는 게 아닌가 하는 관측들을 낳았다.그러나 鄭부회장의 경륜이 일천한데다 한보가 98년까지 설립추진중인 1백만평 규모의 아산철강단지 프로젝트에 소요될 3조5천억원의 재원마련을 위해서는 승계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것 이 그룹관계자들의 반응이다. 럭금은 구자경(具滋暻.69)회장의 장남 본무(本茂.49)씨가 85년 기조실전무를 거쳐 89년 그룹부회장에 올랐고,지난해그룹 해외사업추진 위원장을 맡아 대외업무를 챙기면서 조기승계설이 나돌고 있는 상태.나이도 지긋(?)한데다 89 년부터 전경련 부회장으로 재계의 업무까지 맡게된 것도 조기승계설의 근거 가운데 하나다.그렇지만 올해 고희연(古稀宴)을 치른 具회장은 총수들중 비교적 젊은층에 속하며 경영활동도 여전히 왕성하다.그룹관계자들도 조기승계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현대.한라.한진그룹은 이미 계열사별로 2세에게 경영권을 넘겨놓은 상태.
현대는 80년대 초,한라는 80년대 중반,한진은 90년대 들어 2세 분가(分家)구도를 가시화해 놓고 있다.하지만 정주영(鄭周永.79)명예회장은 내년부터 북방사업을 활발히 펴면서 다시경영에 적극 참여할 것으로 그룹관계자는 예측한다 .또 정인영(鄭仁永.74)회장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활발히 해외수주활동등을펴고 있음이 주지의 사실이고,조중훈(趙重勳.74)회장도 2세의경영권을 강화시키고 있으나 퇴진하기에는 이른 편이라는 시각이다. 〈趙鏞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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