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수사 어떤 결론 날지 나도 모른다, 아무도 모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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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진(사진) 신임 검찰총장은 25일 "(BBK사건 수사와 관련) 어떤 결론이 날지 나도 모른다,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동 자신의 자택 앞에서 기자와 만나서다.

임 총장은 '11월 25일, 12월 5일 수사 결과 발표 시점을 놓고 언론도 헷갈린다'는 지적에 대해 "워낙 어려운 시기에 어려운 사안이다. 검찰은 원칙대로 한다. 원칙대로 한다는 말 말고 어떤 말을 할 수가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을 너무 흔들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취임사에 총장의 의중이 담긴 내용이 있는가'라는 질문엔 "취임사에서 구체적 사건을 갖고 얘기하겠나. 원칙만 얘기하는 거지"라고 답했다. 임 총장은 26일 취임식을 한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최재경 특수1부장)은 이날 이명박 후보의 도장이 찍힌 LKe뱅크의 인감관리대장을 확보해 진위를 파악 중이다. 김씨 변호인인 오재원 변호사는 "검찰이 확보한 LKe뱅크 인감관리대장에는 김경준씨와 이 후보의 도장 두 개가 있다. 이 대장에 있는 도장과 한글 이면계약서의 도장이 같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김씨가 제출한 계약서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씨가 낸 이면계약서의 내용대로 이명박 후보가 BBK 주식 100%를 갖고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수사팀은 이 후보의 BBK투자자문의 지분 소유 여부를 밝히기 위해 이 회사에 투자했던 ㈜다스의 대표 김성우 사장을 최근 불러 조사했다. 김 사장은 검찰에서 "김백준(67) 전 서울메트로 감사의 권유로 BBK에 투자했다"며 "이 후보는 이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서 검증 결과 언제 발표하나=검찰은 문서 검증이 끝나는 대로 별도로 검증 결과를 밝히는 방안과 수사 결과 발표 때 함께 공개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검증 작업은 이르면 수일 안에 결론 난다. 수사 결과 발표는 다음달 5일께 김씨를 기소하는 시점 직전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대선(다음달 19일)이 임박할수록 수사 결과 발표가 더욱 부담스러워지기 때문에 이달 안에 문서의 위조 여부를 따로 밝히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계약서가 조작된 것이 분명하다면 결과 발표에 대한 검찰의 부담은 줄어든다. 그러나 뚜렷한 조작의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검증 작업이 장기화할 수도 있다. 검증의 핵심은 '한글 계약서'에 찍힌 도장이다. 이 계약서의 인영은 이명박 후보와 김씨가 2000년 6월에 금감원에 낸 서류에 있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 따라서 이 두 인영이 같은 도장에 의한 것으로 확인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인감도장이 아니어도 이 후보가 사용했던 도장이 맞다면 법적 효력이 있다. 이 후보가 계약 자체를 부인하려면 그 계약서에 날인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언.김승현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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