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기침에 국내 증시는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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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23일 국내 주식시장을 흔든 건 ‘미래에셋발(發) 쇼크’였다. 나라 밖은 사정이 괜찮았다. 미국 증시가 추수감사절을 맞아 22일 휴장한 게 호재로 작용해 대부분의 아시아 증시가 상승했다. 반면 코스피지수는 7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장 초반엔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반등을 시도, 1820선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이후 맥없이 주저앉았다. 시장이 냉랭하게 돌아선 건 증권가 메신저를 통해 퍼진 미래에셋 관련 루머였다.

 ◆매니저가 수백억원 챙겼다고?=이날 메신저로는 “미래에셋 펀드매니저가 선행매매로 수백억원을 벌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선행(先行)매매는 펀드가 어떤 종목을 사거나 팔기 전 미리 그 종목을 사거나 파는 행위를 뜻한다. 큰돈이 움직이기 때문에 펀드에 앞서 매매하면 상당한 수익을 챙길 수 있다.

 메신저로 돈 소문은 구체적이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펀드매니저 중 한 사람이 차명계좌를 동원한 선행매매로 3억원을 500억원으로 불렸고, 이를 적발한 회사가 이미 그 매니저를 해고하고 검찰에 고소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가뜩이나 불안한 투자심리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미래에셋이 사들인 종목들이 일제히 급락했다. 동양제철화학·두산·소디프신소재는 장중 가격제한폭까지 추락했다. 계열사인 미래에셋증권도 하한가까지 밀리다 14.29% 하락 마감했다. 미래에셋을 따라 샀던 기관이나 개인들이 루머를 계기로 물량을 쏟아냈다는 분석이다.

 파장이 커지자 미래에셋 측이 진화에 나섰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보도자료를 통해 “증시에 퍼지고 있는 음해성 루머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루머의 진원지를 밝히고 법적으로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문제의 매니저는 여전히 회사에 잘 다니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래에셋증권 최현만 사장도 이날 회사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창립 후 지금까지 단 한번도 고객 앞에 부끄러운 행동을 했던 기억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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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미래에셋 펀드는 괜찮을까=이번 사건은 미래에셋 쏠림 현상이 불러온 측면이 크다. 미래에셋은 주식형 펀드 시장을 주도했다. 점유율이 30%를 웃돈다. 2∼5위를 합친 수탁액보다 미래에셋 혼자의 수탁액이 더 클 정도다. 미래에셋을 향한 견제 심리가 없을 수 없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임명재 홍보실장은 "이번 루머 파문도 미래에셋 펀드로 자금이 몰리자 ‘1등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서 미래에셋의 수난이 이어진다. 특히 중국시장의 조정으로 중국 관련주가 맥을 못 추고 있는데, 중국 관련주는 미래에셋이 대거 편입한 종목군이다. 이달 들어 23일까지 코스피지수는 14.14% 하락했지만 미래에셋이 지분을 10% 이상 보유한 종목 15개(코스닥 기업 2개 포함)는 평균 22.36% 하락했다.

 미래에셋의 수난에 가슴을 졸이는 건 펀드 투자자다. 아무래도 미래에셋 펀드의 수익률이 급격히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그러나 23일 현재까지 한 달 성적을 보면 그다지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수탁액 1조원 이상 펀드 10개의 1개월 평균 수익률(-6.85%)은 같은 기간 일반 주식형 펀드 404개의 평균 수익률(-6.94%)과 비슷한 수준이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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