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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과 방패 겸비한 ‘금융공학펀드’가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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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증시가 살얼음판에 발을 헛디딘 듯 급하게 미끄러지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주말까지 7일 연속 하락하며 순식간에 1700대로 밀렸다. 용광로 장세의 상징이던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23일 급기야 장중 하한가 펀치를 맞기도 했다. 믿었던 중국 증시도 한 달 만에 20% 넘게 주저앉으며 5000선이 위태롭다. 중국 펀드의 수익률은 급락하고 있다. 최근 주가 하락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 부동산 침체의 후폭풍,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 우려, 중국의 긴축 우려 같은 첩첩 악재에 외국인의 매물 폭탄이 쏟아지고 있다. 그래서 아직 봄은 멀었다는 소리가 들린다. 긴 겨울을 버티기 위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는 얘기다. 매서운 조정 바람에 면역주사가 될 만한 ‘틈새 상품’을 짚어봤다.
 
‘금융공학펀드’를 아시나요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박모(45) 사장은 잠자리가 편치 않다. 한 달 전 홍콩 H지수가 19000포인트 언저리에 있을 때 가입한 펀드 때문이다. 국내의 중국 펀드는 대부분 H증시에 투자하는데 그새 27% 떨어졌다. 그는 “고수익 행진이 멈추지 않을 것 같아 5000만원을 넣었는데 속이 쓰리다. 좀 더 안전한 상품을 찾아볼 걸 그랬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손실 위험이 적으면서 수익성도 높은 상품을 찾기는 어렵다. 투자의 세계에선 ‘고위험-고수익’이 공리(公理)다.

그러나 예외는 있는 법. 선물·옵션 거래의 위험회피 기법인 ‘델타 헤징’이라는 금융공학을 활용한 펀드가 조정장의 대안상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채권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고, 하락장에서도 방어력이 뛰어나다. 주가가 오르면 주식 비중을 줄이고 떨어지면 늘려서 고점 매도-저점 매수로 수익을 얻고, 선물·옵션을 통해 위험을 피하는 것으로, 만기 뒤의 수익구조를 미리 정해놓는 방식이다. 펀드에 주가연계증권(ELS)을 직접 편입하는 주가연계펀드(ELF)와는 다르다.

동부자산운용의 ‘델타’ 이름이 들어간 시리즈 펀드가 대표적이다. 이 상품들은 ‘코스피 200’지수가 일정한 하락범위(-40%~-20%)에 있을 때 원금을 최대한 보전할 수 있게 하고, 하락과 상승(-20%~+20%) 사이에선 최대 20%의 수익을 내도록 설계됐다. 이성준 마케팅팀장은 “예컨대 코스피가 2000포인트일 때 가입했더라도 만기 때 1600포인트 이상만 되면 원금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주식형 펀드라면 20%가량의 손실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한다.

특히 요즘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서 단골 추천상품에 낀다. 절세(節稅)의 매력까지 숨어 있기 때문이다. ELS는 채권에 많이 투자하기 때문에 수익 전부에 대해 15.4%의 세금을 매긴다. 그러나 금융공학펀드는 주식·선물을 주로 이용하기에 세금이 미미하다. 동부운용이 2월 말 설정한 펀드는 지금까지 수익률이 15% 정도인데 세금은 채권으로 운용한 1%가량에만 물린다.

푸르덴셜운용 AI(대안투자)팀의 강석재 매니저는 “7~8월에 코스피가 19% 하락했을 때 금융공학을 활용한 푸르덴셜의 알파채권혼합1호 펀드는 혼합형 중에서 유일하게 손실을 보지 않는 펀드였다”고 말했다. 이 상품은 5월 설정 이후 연 7.3%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황금과 천연자원’ 쌍마차를 타라

역사적으로 지금처럼 달러가 약세일 때는 금이 대체투자로 인기를 끌었다. 실제로 금값은 연초 온스당(31g) 650달러에서 최근 800달러 수준으로 23% 치솟아 2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에 투자하는 펀드도 당연히 성적표가 좋다. 메릴린치의 ‘월드 골드’펀드는 올 들어 수익률이 31%로 쏠쏠하다.

물론 그동안 가격이 많이 오른 게 부담스럽긴 하다. 하지만 아시아 외환위기를 예측해 유명한 ‘닥터 둠’ 마크 파버는 최근 “달러 약세와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보유 다각화로 금값은 내년에 온스당 1000달러에 올라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요즘 나온 상품으로는 SH운용의 ‘골드 파생상품투자신탁’이 눈에 띈다. 국내 유일의 ‘골드뱅킹’(금 실물 등에 투자) 상품인 신한은행의 골드리슈에 30%를 투자하기 때문이다. 기존 펀드들은 금 실물이 아니라 금과 관련된 회사에 투자했기에, 금값은 올랐는 데도 다른 이유로 업체 주가가 떨어지면 손실을 볼 수도 있었다. 나머지 70%는 미국의 금광업 지수에 투자한다.

다른 원자재도 흐름은 좋다. 한국투자증권 오재열 중화분석팀장은 “따로 움직이던 천연가스·귀금속·곡물 등 원자재 가격이 최근 원유를 따라 함께 오르는 커플링(coupling) 현상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처럼 성장탄력이 뛰어난 신흥국가에서 원자재를 빨아들이고 있어 당분간 가격 뜀박질이 계속되리란 전망이다.

펀드 성적을 보면 우리CS운용의 ‘글로벌천연자원주식’이 올 들어 30% 넘는 수익을 올렸다. 세계 최대 광산을 보유한 호주의 빌튼과 영국의 석유회사 브리티시 페트롤리엄 등에 투자한다. 코스피지수가 내리막길을 달리며 연초부터 지금까지의 수익률이 26%로 낮아졌음을 감안하면 이만한 효자 상품도 없다. 무엇보다 원자재 펀드들은 최근 조정장에서 내성도 강했다. 500여 개의 해외 주식형 펀드가 최근 한 달간 평균 9% 떨어졌지만 원자재 펀드들은 절반 정도의 낙폭에 그치고 있다.

개별 국가로는 인도네시아가 새로운 투자 물망에 오르고 있다. 동아시아 유일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이고, 천연가스(세계 6위)·석탄(9위) 같은 자원이 무진장이다. 피델리티의 인도네시아 펀드는 올 들어 수익률이 40%가량이다.

메리츠증권 박현철 펀드애널리스트는 “CRB 원자재 지수와 미 S&P 500 지수가 마이너스 상관관계를 나타낸다”며 “원자재 펀드는 주식시장 위험을 보완하는 상품으로 적당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원자재값의 변동성이 큰 만큼 투자자산의 일부만을 넣는 ‘분산투자’ 원칙을 꼭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금과 원자재 값은 달러로 표시되는데 달러 약세로 원화 가치가 올라가면 실제로 손에 쥐는 수익은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새겨둬야 한다.

새로운 별로 뜨는 ‘MENA’

이달 들어 세계 증시가 약속한 듯 하락하지만 ‘예외 지대’가 있다. 바로 중동(Middle East)과 북아프리카(North Africa)다. 합쳐서 MENA 투자지역으로도 불리는 이곳은 유가 급등의 혜택을 가장 크게 누리는 경제권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카타르 등의 증시는 최근 한 달간 6~16%가량 오르면서 선전하고 있다. 대우증권 이인구 연구원은 “단순히 고유가의 수혜뿐 아니라 투자와 소비가 고르게 좋아지면서 경제 체력이 개선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청신호는 더 있다. 최근 중동 국가들이 외국인 투자한도 확대에 적극적인 데다, 달러 약세 속에서 엄청난 오일 달러가 유입되면서 물가 압력 요인으로 작용하자 달러에 연동된 기존 환율제도를 폐지하자는 움직임이 거세다.

마침 국내에서도 이런 지역에 투자하는 상품이 최근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9월에 나온 NH-CA자산운용의 ‘아프리카 중동 이머징 유럽 플러스’펀드는 이집트·모로코·러시아 등의 에너지·금융 기업 등에 나눠 투자한다. 최근 1개월 수익률이 5%가량이다. 올해 한국에 진출한 JP모건 자산운용도 7월에 이집트·이스라엘·남아공 등의 50여 개 종목에 투자하는 ‘중동 아프리카 주식형펀드’를 내놓았다.

‘거래소 펀드’도 있다

외국에선 다양한 투자전략을 구사하는 헤지펀드가 대안투자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한국에선 이르면 2009년부터 점진적으로 헤지펀드가 도입될 전망이다. 하나대투증권이 22일 싱가포르에 합작운용사를 세우고 한국 주식을 주로 사는 각국 헤지펀드를 모아서 이 펀드들에 투자하는 ‘펀드오브헤지펀드’를 내놓았지만 주로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을 끌어올 예정이다.

다른 이색 대안상품으로는 거래소 펀드가 눈길을 끈다. 유리자산운용의 ‘글로벌 거래소 주식’은 3월에 나온 뒤 수익률이 30%를 넘었다. 미국에 상장된 7개 거래소를 비롯해 캐나다·일본·브라질 등 5대륙 14개국 거래소에 투자한다. 현재는 홍콩 거래소 투자 비중이 크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KRX)도 설정 때 200억원을 투자해 쏠쏠한 차익을 즐기고 있다. 유리자산운용 대안투자본부는 “각국 거래소는 시장 등락과 상관없이 거래량이 늘수록 수익이 증가한다”고 밝혔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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