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스타 탄생의 산실 ‘클럽’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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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 14면

인터넷 스타의 기반은 클럽(또는 카페)과 개인 미니홈피, 블로그 등이다. 그중에서도 클럽이 중요하다. 회원들의 취미나 기호가 비슷하고 충성도가 높은 데다 전파력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클럽을 만들어 영향력 있는 글을 올리면 인기가 상승하지만, 반대로 잠시라도 활동이 뜸하거나 인기 관리를 소홀히 하면 쉽게 잊혀진다. 인터넷의 열기는 반응이 즉각적이고 부침(浮沈)이 심하다. 클럽장은 블로그나 미니홈피와 같은 ‘1인 미디어’를 함께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커뮤니티는 세상 연결하는 구심점

SK커뮤니케이션즈가 운영하는 싸이월드에 개설된 클럽은 144만7300여 개다. 친목 클럽(22만4600개)이 가장 많고, 학교·동아리 클럽(17만7000개), 동문과 관련된 클럽(12만6000개)이 그 뒤를 잇는다. 영화·음악·재테크·건강 등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클럽에 가입한 회원 수는 939만 명. 중복 가입한 회원을 감안하면 4483만 명이 클럽에서 활동한다. 클럽의 크기는 회원이 수십 명에서부터 수십만 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회원이 5만 명 이상인 것이 57개, 10만 명 이상인 것이 22개다. 그중 싸이존(invites.cyworld.com)이 34만7900명으로 최다 회원을 갖고 있다.

클럽을 주로 개설하는 연령대는 19~24세로, 전체의 33.8%인 48만8000개를 만들었다. 25~29세가 43만1000개로 그 뒤를 쫓고 있다. 이 같은 결과는 2005년 중앙일보가 ‘다음 커뮤니케이션’과 함께 개인미디어(플래닛)를 이용하는 1200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와 일치한다. 성별·연령별로 개인미디어의 친구 수와 방문자 수, 자료 스크랩 수를 종합 판단할 때 온라인 사회의 주역은 19~24세 남자로 나타났다. <중앙일보 2005년 5월 9일자 1면 참조>

고려대 김문조(사회학) 교수는 “24세 이하의 젊은이들은 디지털이 생활의 일부로, 자신의 의견이나 욕구 표출을 디지털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등 디지털 기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인터넷이 구성하는 가상공간을 삶의 중요한 무대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는 24세 이상이 사회적 요구나 필요에 의해, 즉 편리한 수단으로서 e-메일과 메신저를 사용하는 것과 구별된다”고 말한다.
 
만남의 순서도 바꿔
클럽은 어떤 역할을 할까? 검색창에 ‘08학번’이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모두 466개 클럽이 검색된다. 그곳에는 2500건의 글이 올라 있다. 수시입학으로 2008학년도 입학이 확정된 예비 새내기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어 정보를 나눈다. 게시글에는 “선배님, 잘 부탁합니다” 등의 인사말뿐만 아니라 자기소개, 학교생활에 대한 기대가 담겨 있다. 재학생들은 예비 후배에게 학교와 과를 소개하는 글이나 사진을 올리기도 한다.

성신여대에 재학 중인 현승주(23·한국학과)씨는 “2~3년 전만 해도 오프라인에서 만난 뒤 친해지면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었는데 지금은 그 반대로 온라인에서 시작해 오프라인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인터넷이 만남의 순서를 바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들은 오프라인에서 대면하기 전에 ‘미니 홈피 일촌 맺기’와 ‘메신저 친구 등록’을 통해 친밀감을 높인다. SK커뮤니케이션즈 홍보팀 신희정 과장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일촌 맺자’고 하는 말이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는 말을 대신할 정도가 됐다”며 “미니홈피는 아는 사람과 대화하는 수단에 그치지 않고 인맥을 확장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인 인기, 연예인 못지않아
싸이월드 누적 방문자 수 1위는 가수 슈퍼주니어의 멤버인 김희철씨의 미니홈피다. 방문자가 2580만 명이나 된다. 가수 옥주현(1948만 명), 소이(1702만 명)씨가 2, 3위를 차지하며 가수들이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30~40대 스타로는 영화배우 이혜영(5위·1500만 명), 김혜수(9위·1200만 명), 황신혜(14위·900만 명)씨가 눈에 띈다.

일반인도 인터넷에서 스타가 될 수 있다. ‘인터넷 얼짱’ 코드로 연예계에 입문한 구혜선·남상미·박한별(연기자)·이현지(가수)씨는 이미 대중에게 익숙한 스타다. 최근 인터넷 얼짱 반열에 오른 반윤희(22·강릉대 정보전자공학부)씨와 홍아름(19·서울 잠신고)양은 싸이월드 일촌이 각각 16만 명, 8만5000명이나 된다. 3위를 차지한 이종격투기 선수 최홍만(7만4000명)씨를 앞지른다.

인기높이려 방문자 수 조작도
하지만 인터넷의 인기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누구 홈페이지가 요즘 유명하다더라’는 이야기가 나돌면 네티즌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 1회성 방문을 하는 경향이 있다. ‘방문자 수=인기의 척도’로 생각하는 네티즌도 많다. 일부 네티즌은 본인 홈페이지의 방문자 수가 많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방문자 수를 조작한다. 포털사이트에서 ‘싸이월드 방문자 수’로 검색하면 방문자 조작 프로그램 다운로드를 안내하는 게시물이 넘친다.

대학생 김지연(가명·24·서울 압구정동)씨는 “친구들에게 방문자가 많은 것을 자랑하기 위해 3개월 전에 조작 프로그램을 이용해 방문자 수를 1000명 늘린 적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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