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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오염을벗긴다>8.대구일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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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우리는 보았노라,들었노라,기억하노라/여기 낙동강 기슭 그때그날의 거룩한 희생,피의 발자국을….』경북칠곡군가산면다부동 6.25전적기념관앞 전적비에 새겨진 헌사(獻詞)가 뜨겁다.
1950년 6.25가 터진 후 낙동강 방어선의 최후 보루 던왜관교(舊 낙동강철교)는 미공군 B29의 융단폭격에 파괴된지 40여년만에 복원돼 역사의 산 교육장으로 옛모습을 되찾았으나 그 아래로 흐르는 낙동강은 옛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린 상태.
이곳 낙동강은 전쟁 당시 국군과 유엔군 1만여명과 북한공산군2만4천여명의 피를 삼키고 한때 핏빛으로 변했다지만 지금은 검은 빛으로 변하고 말았다.
구미공단의 폐.하수가 걷잡을 수 없이 흘러드는데다 50만평 규모의 왜관공단에 입주한 1백여 업체와 왜관읍내의 폐.하수가 하루 1만여t씩 유입되기 때문이다.
복원된 왜관교 아래 강변에는 시커먼 뻘과 폐비닐,각종 쓰레기가 퇴적해 있고 진흙탕 물이 흐름을 멈춘 채 악취를 풍기며 괴어 있다.
여기에다 강바닥엔 축산폐수와 농경폐수로 질소와 인산등 유기질과 비료성분이 녹아나 플랑크톤이 지나치게 번식하면서 부영양화로녹조(綠藻)현상까지 발생,유역 농민들이 농업용수로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석동(李錫東.61.경북칠곡군석적면남율동)씨는 『90년대 들어 농작물의 생육이 부진하고 수확도 크게 줄어들어 걱정하던 끝에 낙동강 오염 때문이라고 판단,농업용수를 인근 유학저수지 물로 바꿔본 결과 평년작을 회복할 수 있었다』며『이 제 낙동강 물은 농업용으로도 사용할 수 없을만큼 썩어 버렸다』고 한탄했다. 하천오염물질 발생량중 생활하수는 55%,산업폐수가 44%를차지하는 반면 축산폐수는 1%에 불과하지만 오염 부하량은 15~20%나 된다는 점으로 미뤄 볼 때 축산폐수가 하천오염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경북도내에서 사육되는 가축수는 소가 48만여마리,돼지 66만여마리등 모두 1백14만여마리에 이르나 전체 사육농가 10만8천7백여가구중 행정당국이 축산폐수처리시설을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규정한 축산농가는 소 10마리 이상,돼지 50마리 이상사육하는 1만1천1백여가구(10.2%)에 불과한 실정이다.
게다가 경북도내 하수처리율이 10.9%에 불과한데다 낙동강 상.중류 유역에 설치된 분뇨처리장마저 42%가 10년이상 된 노후시설이어서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분뇨가 낙동강으로 그대로 흘러들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에서 현재 가동중인 분뇨처리장은 29곳,하수처리장 7곳,폐수처리장 3곳등 모두 39곳으로 분뇨처리장의 경우 배출량은 하루 3천41㎘에 이르나 시설용량 부족으로 67%(2천38㎘)만 정화처리되고 나머지 33%(1천3㎘) 는 중간처리단계만 거치거나 아예 그대로 방류되고 있다.
특히 분뇨처리장의 시설은 쉽게 부식하거나 불순물이 많아 부품을 자주 바꿔야 하는데도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방치하다가 시설용량마저도 처리하지 못하는 결과가 빚어지고 있다.
그러나 대구지방환경청은 이들 환경기초시설에 대해 분기별로 방류수를 채취해 배출허용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시설의 적정관리 및개선만 촉구할뿐 시설의 가동실태나 처리상황 등 구체적인 점검은아예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폐.하수와 분뇨.축산폐수 등에 시달리며 만신창이가 돼버린 낙동강은 왜관을 지나 서쪽으로 성주,동쪽으로 달성군을 휘감아 돌즈음 또 한차례 흙탕물에 휩쓸리고 만다.무분별한 골재 채취로 곳곳의 백사장이 망가지고 하상이 낮아진데다 마구 잡이로 쌓아놓은 골재더미에 물길이 막히기 때문.
경북도가 87년부터 지방자치재원을 마련한다는 이유로 낙동강수계 각시.군에 골재 채취사업을 직영토록 하는 바람에 연간 1천2백만입방m의 모래를 파내면서도 치수(治水)는 뒷전으로 제쳐두고 있다.
특히 91년3월 페놀오염사건이 발생했던 대구시 다사수원지의 경우 하루 1백20만t의 낙동강물을 취수하기 위해 가물막이까지설치,상류 3㎞이내를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놓고 있다.
그러나 달성군은 재원확보에만 급급한 나머지 대구시 상수원보호구역 주변인 다사.하빈면 일대의 모래를 연간 1백80만입방m(시가 70억원)씩이나 파내는 등 마구잡이 모래채취로 하상의 오물이 고스란히 수원지로 유입돼 낙동강 상수원의 오염 을 부추기는 실정이다.
「사슴같이 목이 긴 사람들과/질경이같이 질긴 목숨의 이 강에/우리는 목축이고 피리 불었건만/어찌하여 강은 썩어만 가는가」. 『낙동강은 말이 없다』는 서지월(徐芝月)시인의 시구절은 차라리 절규에 가깝다.
금호강-.
하천유지수량이 하루 1만t에 불과해 상류에서부터 물이 흐르기는 커녕 그대로 괴는 바람에 각종 오.폐수를 희석할 자정능력을완전히 상실한채 저수로와 하상이 황폐화된지 20여년.그런데도 매일같이 생활하수와 각종 오.폐수가 이곳 금호강으 로 쏟아지고있다. ***낙동강 오염 主犯 「낙동강 오염의 주범」이라는 명예롭지 못한 대명사는 한마디로 오염 부하량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는 사실로 대변된 다.
대구시내에서 배출되는 생활하수만도 하루 1백16만t에 이르나하수종말처리시설은 달서천 40만t,신천 35만t등 75만t으로전체 배출량의 64.6%에 불과하다.
또 정화조 오수 9백50㎘,재래식 화장실의 분뇨 4백50㎘등하루 1천4백㎘중 정화조 오수만 대구위생처리장에서 처리하고 분뇨는 1차 처리한뒤 달서천하수종말처리장으로 보내 생활하수와 함께 처리하고 있다.
여기에다 산업폐수는 하루 13만5천t이 배출되는 것으로 공식집계되고 있으나 비산염색공단과 제3공단.서대구공단.성서공단등지에서 배출하는 악성폐수만도 하루 18만~20만t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행정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배출량은 자체 폐수정화시설을 갖춘 등록업체를 대상으로 한 집계일 뿐 무등록업체나 중소공장의배출량은 아예 파악도 못한 채 수질오염 단속대상에서도 제외하는바람에 「법을 지키는 업체만 손해 본다」는 지 적도 일고 있다. 이 때문에 대구 중심지를 남북으로 흐르는 신천엔 「물은 없고 썩은 폐수만 흐른다」는 말에 걸맞게 장마비로 하천유지수량이풍부할 때도 각종 폐.하수의 희석률이 55.5%,금호강은 33.3%,낙동강(금호강 합류지점)은 32.8%밖에 안돼 특히 비온 뒤 이곳을 흐르는 강물은 새까만 빛깔로 변하고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등 최악의 오염상태에 빠져 이미 「죽음의 강」으로 변해버린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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