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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웨이터’ 뜻 깊은 만찬 접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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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마이클 그리말디 GM대우 사장이 앞치마를 두르고 고객에게 와인을 따라주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저녁 서울 역삼동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호텔의 한 레스토랑. 흰 셔츠에 검은색 나비 넥타이를 매고, 앞치마를 두른 외국계 기업 최고경영자(CEO) 12명이 모였다. 이들은 식당의 지배인으로부터 웨이터와 웨이트레스 기초 교육을 받았다. 잠시 뒤 이들이 초대한 가족·친구·회사 동료 등 ‘특별 손님’이 속속 도착했다. 손님들은 평소와 다른 CEO들의 모습을 보고 웃음보를 터뜨렸다. CEO들은 음료·식사 주문을 받는 것으로 시작해 마지막으로 디저트를 서빙할 때까지 정성껏 손님들을 모셨다. 음식을 나르고 포도주를 따르는 게 서툴러 여기 저기서 실수 연발이었지만, 모두 따뜻한 마음으로 식사를 했다.

이날 행사는 실직 가정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마련해주기 위해 ‘미래의 동반자 재단’이 주최한 ‘CEO가 서빙하는 만찬’이었다. 이 재단은 주한 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산하 단체로, 2003년부터 이런 행사를 열고 있다. 기부금만 내고 말게 아니라 재미있게 봉사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CEO는 초대한 손님들의 식사비는 물론, 웨이터 참가비도 내야 한다. 모인 금액 중 실비를 제하고 남은 수익금을 장학금으로 내놓는다.

암참 회장인 윌리엄 오벌린 보잉코리아 사장은 딸과 부인, 딸의 친구 가족 등 4명을 초대해 그들의 웨이터가 됐다. 빌 스탠튼 주한 미 부대사는 대사관 신입직원들에게 봉사했다. 메트라이프생명보험의 솔로몬 스튜어트 대표는 “포도주를 따다가 두번이나 코르크 마개를 부러뜨렸다”며 웃었다.

암참의 태미 오버비 대표는 “즐겁게 남을 도우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매년 CEO들의 참여 열기가 뜨겁다”고 말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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