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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386 완장 부대가 헤집어 놓은 5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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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노무현 정권의 퇴장이 다가오면서 386 권력의 오만과 파행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청와대 치안비서관을 지낸 전직 경찰청장의 자서전을 보면 권력 심부(深部)에서 얼마나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다. 밤늦게 토론했다고 다음날 한낮이 되도록 일을 하지 않고, 수석을 형이라 부르고, 자신들의 선후배라며 불법 폭력시위 혐의자의 석방을 요구했다고 한다. 공(公)과 사(私)가 뒤죽박죽된 것이다. 그들은 입으론 개혁·민중을 외치면서 비싼 양주, 호텔 식사를 자연스럽게 즐겼다는 것이다.

지난 5년간 이런 386들이 이 나라를 주물렀다. 그들은 대통령을 “우리의 도구”라 했고 대통령도 이들에게 의지했다. 청와대뿐 아니다. 2004년 국회에도 ‘탄핵돌이’ 수십 명이 진출했다. 총선승리축하 청와대 만찬에서 대통령과 이들은 운동권 노래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권력의 성패는 주체 세력이 어떤 사람들인가에 의해 좌우된다. 청와대는 권력 중추다. 1970~80년대 부처에서 엄선된 엘리트 비서관은 청와대의 권위였다. 노 정권 들어 386 완장 부대가 권부의 기강과 질서를 헤집어 놓았다. 대통령은 회전문·낙하산·정실인사로 이들을 밀어줬다. 뇌물 스캔들로 구속된 정윤재 전 비서관을 비롯한 ‘부산 386’ 잡음은 또 어떠한가. 이들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국회의 386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보안법 폐지, 사학법 제정 등 개혁을 떠벌리면서도 권력에, 양주에, 늦게 배운 골프에 취했다.

역사의 무게와 세상 물정을 모르는 대통령, 그를 도구로 권위·질서·기자실을 때려부순 386···. 기억하기 싫은 대한민국 지난 5년의 자화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