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k holic] 바다 보며 도란도란, 아기자기 백리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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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기자 설은영 (skrn77@joins.com)

 찬바람이 부는 계절에도 도보여행을 즐기는 이들의 발걸음은 쉽사리 멈추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반대다. ‘인생길 따라 걷는 도보여행’ 운영자 김재규씨에 따르면 요즘처럼 기온이 뚝 떨어지는 때일수록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더 는다고 한다. 지난 주말 이 동호회에서 마련한 변산반도 도보여행에도 꽤 많은 가족들이 참가했다.

 전라북도 서남부에 있는 변산반도는 동쪽으로는 김제와 정읍, 북쪽은 부안만, 남쪽은 곰소만, 서쪽은 서해에 접한다. 길이는 북동쪽의 동진강에서 남서쪽의 해안 끝까지 약 90㎞. 동호회 회원 가족들은 이틀 동안 도로와 샛길까지 합해 총 40km 정도를 걸었다.

 출발지점은 전라북도 내소사. 6km 간격으로 작당마을, 갯벌 체험장, 모항해수욕장이 이어지는 길이 첫날 코스였다. 작당마을은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작은 포구마을이다. 회원들은 “고즈넉하고 아담한 분위기가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논두렁·밭두렁마다 초겨울의 쌀쌀한 기운이 내려앉아있었지만, 쓸쓸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고 한다. 도리어 매우 멋스럽게 느껴졌다는 게 회원들의 이야기다. 내소사에서 모항해수욕장까지는 약 17km. 이 정도 거리면 하루 동안 자녀들을 동반하고 걷기에도 적당하다고 한다.

 

둘째 날은 모항해수욕장에서 영상테마파크와 적벽강, 격포해수욕장·고사포해수욕장을 거쳐 최종 목적지인 변산해수욕장에 이르는 19km를 걸었다. 꽤 긴 거리였지만 회원들은 “워낙 경치가 빼어나 힘든 줄도 몰랐다”고 말한다. 회원 전용석씨는 “송나라의 시인 소동파가 놀았다는 중국 적벽강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적벽강과 채석강 풍경이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채석강을 돌아 나와 격포해수욕장 지나 6km 지점에 이르면 고사포해수욕장이 나타나는데, 이곳 풍광 또한 회원들의 찬사를 받았다. 고사포해수욕장은 서해의 다른 해수욕장들에 비해 물이 맑고 백사장 모래가 유달리 곱고 부드럽기로 유명하다. 거기다 300m에 이르는 방풍 송림이 장관을 이룬다. 또 매월 음력 보름이나 그믐 무렵에는 해수욕장 앞 하섬까지 2km의 바닷길이 열리기 때문에 때만 잘 맞추면 ‘모세의 기적’도 체험할 수 있다. 고사포 해수욕장에서 변산해수욕장까지는 4~5km 거리다.

 운영자 김재규씨를 비롯해 동호회 회원들은 가족 간의 화합을 다지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 한결같이 도보여행을 꼽는다. “경비가 4인 가족 한 번 외식비 정도면 충분한 데다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며 자연을 만끽할 수 있으니 최고의 살아 있는 교육”이라는 것이다.

 날이 추워지면 아무래도 몸을 덜 움직이고 꽃 피는 계절까지 여행을 미뤄 두게 마련이다. 하지만 방한 준비만 철저히 한다면 가족 도보여행은 특별히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김재규씨도 “계절마다 확연하게 다른 풍경들을 만끽하는 재미를 놓치지 말라”고 조언한다. 숨어 있던 풍경을 만나며 감동도 커지고 성취감 또한 남다르다는 것이 그 이유다.

 또 다른 도보여행 동호회 ‘나를 찾아 길 떠나는 도보여행’도 매달 특별한 테마를 정해 정기 도보여행을 떠난다. 11월 정기 도보여행으로 음력 시월 상달맞이 강화 해안 일주를 계획하고 있다. 강화 역사관에서 광성보~초지진~동막~외포리로 이어지는 코스로 총 55km. 12월에는 화천 방동 일대의 오지로 30km의 여정을 떠날 계획이다. 한반도를 횡단하는 10박11일의 겨울 도보여행도 예정돼 있다. 임진각에서 출발해 연천~양구~진부령을 거쳐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여정으로 330km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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