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주의아담&이브] 사랑은 ‘크기’순이 아니랍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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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대학병원 정신과의 L 교수는 미국의 한 종합병원에서 진료한 한국인 여대생만 떠올리면 왠지 기분이 찝찝해진다. 그 여대생은 진료실에 오자마자 이렇게 탄식했다.

 “중동 애하고 사귀다가 요즘 한국 유학생과 만나는데 우울해요. 중동 친구와 사랑을 나눌 때엔 꽉 차는 느낌이 들었는데….”

  음경의 크기가 문제일까, 이 여대생의 마음이 문제일까?

  동양인의 음경은 11~12㎝로 서양인의 14~16㎝, 흑인 16~18㎝보다 작다. 그래도 다른 영장류보다는 월등히 크다. 고릴라는 3.2㎝, 오랑우탄은 4㎝, 침팬지는 7.6㎝다. 물론 흰긴수염고래의 3m나 육지 동물 중 기린의 1.2m보다는 작지만.

  인류는 예부터 ‘큰 음경’을 선호해 왔으며 이에 대한 풍자로 로마의 시인 마르티알리스는 “목욕탕에서 박수소리가 들리면 커다란 물건이 달린 얼간이가 하나 들어왔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섹스가 진화할수록 ‘대물(大物) 선호’가 퇴보해 갔다. 선진국에서는 섹스와 관련한 책이 넘치지만, 음경의 크기는 관심사 밖으로 밀렸다. ‘대물 숭배’를 야만 풍습의 하나로 화제 삼을 따름이다.

  예를 들어 스페인의 아메리고 베스푸치가 신대륙을 발견했을 때 원주민 여성들은 남편의 음경을 도마뱀에 물려 퉁퉁 붓게 했다고 한다. 우간다 북부의 카라모자 부족은 음경에 돌을 매달아 잡아당겼으며 갠지스 강 상류의 한 힌두교 종파는 어릴 적부터 돌을 매달아 30~45㎝까지 늘린다. 발기가 되냐고? 당연히 안 된다. 대신 “우리는 금욕주의자”라고 자랑한다.

  의사들은 평상시 3㎝, 발기시 5㎝만 되면 파트너를 ‘홍콩’으로 보내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말한다. 공알과 질의 앞부분에 성감을 느끼는 신경이 몰려있고 질의 깊은 곳은 신경의 사각지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성은 뇌로 섹스를 하므로 크기가 중요하다고 믿으면 물리적 자극 여부를 떠나 오르가슴에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문제는 뇌인 것이다. 작은 음경은 남성의 뇌도 위축시킨다.

  해결책은 두 가지.

  첫째, 남성이 음경확대술을 받으면 자신감이 커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칼을 대는 것에 부작용이 있게 마련이다. 자신의 살을 떼어내 음경에 붙이거나 주입하는 전통적 치료법은 지방을 떼어낸 부위에 흉터가 남고, 지방이 뭉쳐 음경으로 흘러들어가는 바람에 고환이 3개가 되는 등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 드물지만 잘 되던 일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둘째, 전희(前戱)를 충분히 갖는 것이다. 여성은 흥분이 고조되면서 질의 수축력이 세어진다. 이에 따라 작은 놈은 작은 대로, 큰 놈은 큰 대로 요리한다. 충분한 애무가 ‘질 좋은 여자’를 만든다는 점에서 ‘아내 사랑은 남편 하기 나름’인 셈이다.

  전희는 사랑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섹스가 단순히 성기의 마찰이 아니라 사랑의 지속이고 사랑의 크기가 섹스의 질을 결정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이성주 코메디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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