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어떤 외아들 부모봉양갈등 아내와 이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귀국해 노부모를 봉양해야 할까,아니면 미국에 남아 자식교육을 계속해야 할까.』 청운의 꿈을 안고 미국 유학길에 올라 굴지의 미국 금융회사에 근무하던 40대초반의 A씨부부는 이를 둘러싼 의견 대립으로 사이가 벌어져 끝내 갈라서고 말았다.A씨 부부가 친지의 소개로 만나 1년여 열애끝에 결혼에 골인한 것은81년 .결혼 이듬해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A씨는 대학원을 마친뒤 금융회사에 취직했고 부인도 안정된 직장을 얻었다.영주권도얻고 세살 터울의 두 아들도 무럭무럭 자라 미국생활은 정착되는듯 했다.
그러나 89년 업무차 일시 귀국했던 A씨는 노모(당시 65세)가 중풍에 걸린채 간호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누워있는 것을 보고선 가슴이 미어졌다.
외아들로서 언젠가는 귀국해 부모님을 모셔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껴온 A씨는 미국으로 가 자마자『귀국해 부모님을 모시고 살자』며 부인을 설득하기 시작했다.그러나 부인은 아이들 교육을 위해 미국에 남아 있자고 고집했고 이때부터 둘사이에 갈등의 골이깊어졌다.고민하던 A씨는 89년여름 단신 귀국했다.부인은 미국으로 다시 돌 아가게 해준다는 다짐을 받은뒤 이듬해 1월 아들형제를 데리고 뒤따라 귀국했다.하지만 부모봉양과 미국행을 둘러싼 부부간의 갈등은 남편 A씨가 부인에게 손찌검을 하는 사태로발전했다.A씨는 한국에 남아 병든 부모를 모시기 위해 92년 초 영주권을 포기했고 이에 격분한 부인은 아들 둘을 데리고 미국으로 가버렸다.그해 겨울 시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전갈을 받고 둘째(7)만 데리고 귀국한 부인이 이듬해 초『큰아들(11)과 살겠다』며 미국으로 되돌아가기까지「남편 설득-부인 거절-남편 폭력」이란 악순환이 거듭됐다.A씨는 93년 가을 병으로 별세한부친의 장례식에 부인이 오지않자 이혼청구소송을 냈고 부인 역시미국에 머물며 변호사를 통해 반소를 제기했다.서울가정법원은 19일『부인이 시부모를 모시고 한국 에서 살기를 원하는 남편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은 점은 인정되지만 미국생활에 익숙해진 부인에게 폭력을 휘두른 A씨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며 부인의 이혼청구만 받아들이면서『A씨는 부인에게 위자료 1천5백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재 판부는 또『아들 2명은 현재 서로 한명씩 키우고 있는 점을 감안,각각 한명씩 친권자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李相列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