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北核위기 정말 끈날까 평양의 약속 여전히 불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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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로버트 갈루치 美핵대사와 강석주(姜錫柱)북한 외교부 副부장 사이에 타결된 기본합의서가 궁극적으로 통일을 포함한 한반도의 기본적 난제를 해결하는 첫 걸음이 될것이라는 낙관이 美국무부 일각에 퍼지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러한 낙관이 「만약」이란 수식어를 동반하고 있다는 점이다.공개된 北-美 기본합의문 초안과 발표되지 않은 문건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모든 관련문건이 상세히공개될 때까지 전문가들로서는 기본적 형세 판단에 그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이렇게 볼 때 북한핵 문제의 장래에는 반성해야 할 점은 물론 걱정스러운 점까지 있다.
사실 지난 2년동안 워싱턴.서울.도쿄는 물론 다른 나라까지 골치를 썩게했던 북핵 위기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북한에 의해 고안되고 운용된 정치적 전략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흑연감속로 해체와 경수로 전환등 核드라마가 과연 평화적이며 성공적으로 해결될지 여부는 전적으로 북한당국의 선택에 달려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그들이 보여온 행태로 미루어 짐작컨대 평화적해결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북한의 정치구조는 여전히 폐쇄적이고 완고하며 은밀하다.변덕이 심한 평양당국이 막상 합의를도출해내자 의구심 많은 외국의 전문가들은 오히 려 「예상밖의 사태」 앞에 곤혹스러움을 느끼고 있다.
여하튼 핵문제를 놓고 벌어진 핵드라마에서 술책을 부려 평양의의지를 단념시키기는 불가능하다.평양의 속셈은 두가지 측면에서 주시해야 한다.
첫째 북한 권력자들이 「核카드」를 사용,가장 비싼 값에 협정을 맺어 각종 기술개발을 증대시키려는 의사가 진정이었느냐는 것이다. 두번째로 북의 집권층이 「大협상」이라고 칭송한 이번 합의를 통해 자신들이 도발한 위기 국면 해결을 모색했느냐는 점이다.즉 언제라도 다시 한번 핵문제를 일으켜 주도권을 잡으려 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가능한 것이다.
북측이 이제까지 보여준 핵 관련 기록을 볼 때 이점은 자명해진다.그들은 오랫동안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상대로 그들의核프로그램을 속여왔다.
2년전 서울과 합의한 사찰합의안도 지키지 않았으며 核확산금지조약(NPT)서명국으로서 조약에 명시된 의무도 언제나 거부하는오만한 자세를 유지했다.대신 韓.日 양국에 각각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영변(寧邊)핵사찰에 대한 보도를 계속하면 회복할 수 없을 만큼 치명적이고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 협박하는등 주변국 머리위로 핵개발 위협을 떠들어댔다.이러한사례들로 미뤄 북핵문제는 여전히 불안한 이슈임에 틀림없다.
정치분석가들은 과도기에 놓인 북한이 생존을 위해 워싱턴과 합의를 도출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소비에트 연방 붕괴 이후 북한은 가장 소중한 우방과 무역원조를 동시에 잃어버렸다.파탄상태인 북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국제적 원조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미국의 허락이 필요불가결하다.
核분석가들은 또 김일성(金日成)사후 정권승계를 정당화하기 위한 조치였다고도 분석한다.김정일(金正日)로서는 워싱턴과 반목하는 한 대외개방과 인민생활 향상을 기대할수 없는 실정이다.
내부적 취약함과는 별개로 北의 협상자들은 이제 약속을 지켜야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러나 역사의 전환과 운명의 선회로 북한은 지정학적 이점을 최대로 살릴 수 있었다.그들은 합리적 전략과 외교를 통해 이처럼 유용한 결과를 얻어냈다.
반면 오늘날 미국측 협상자들로서는 결과적으로 더욱 큰 임무를눈앞에 두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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