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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선 승객 해마다 늘지만 일본·미국노선 없는 ‘반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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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대구시 지저동 대구국제공항 라운지에서 관광객들이 항공기 탑승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19일 오후 5시 대구시 지저동 대구국제공항. 한산하던 공항 라운지에 여행객이 모이기 시작했다. 오후 6시30분 발 제주행 등 국내선 두 편과 7시40분에 떠나는 태국 방콕행 국제선을 타려는 사람들이다. 넓은 라운지에 띄엄띄엄 승객이 앉아 있어 한산한 느낌마저 든다. 구미에서 왔다는 방콕 관광객 이세영(51)씨는 “대구에 방콕 노선이 있어 얼마나 편리한지 모르겠다”며 “인천이나 김해로 가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씨가 탄 항공기는 이날 탑승률이 70%(100명)에 육박했다. 이씨는 “국제 노선이 더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공항이 국제공항으로 승격된 지 5년이 지났다. 대구국제공항은 2002년 5월 일본 오사카 등 4개국 12개 노선으로 출발했다. 당시 시민들은 “국제공항이 세계로 통하는 하늘 길을 열어 갈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전문가들의 평가는 다르다. 전문가들은 “국제공항에 걸맞는 여건을 조성하고 외국 관광객을 불러들일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제공항’ 역할 하나=“말만 국제공항이다.” 대구국제공항의 실적에 대한 전문가의 평가다. 취항 국가와 노선 부족이 이유다. 현재 취항하는 국제선은 중국·태국·필리핀 등 4개국에 7개 노선. 5년 전에 비해 오히려 노선이 줄었다. 그러나 다음달 21일이면 대만의 타이페이, 중국의 샤먼·선전·하이난섬, 베트남 하노이 등 5개 노선이 신설된다. 6개국 12개 노선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신설 노선에는 전세기가 취항한다. 노선 수 역시 2004년(6개국 14개)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미국·유럽은 물론 일본 노선조차 없어 이곳으로 가려는 사람들에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구경북연구원 정웅기 교통물류연구팀장은 “노선 수가 절대 부족하고 그나마 부정기 노선이 많아 공항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며 “당국이 노선 확충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공항공사 측은 “지방의 내륙공항이란 불리한 점을 감안하면 실적은 괜찮은 편”이라고 주장한다. 국제선의 평균 탑승률이 60%를 넘고, 부정기 노선이지만 승객이 많은 중국·태국·베트남 등에 취항한다는 점을 든다.

 승객도 늘어나는 추세다. 대구시에 따르면 올해 국제선 승객은 26만여 명(10월 말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증가했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유행한 2003년을 제외하곤 매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선은 2004년 KTX가 개통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대구∼서울 노선의 이용객은 2003년 210만명에서 지난해에는 90만명 이하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지난달 1일, 아시아나항공은 같은 달 28일 김포공항 노선의 운항을 중단했다.

 ◆활성화 방안은=전문가들은 우선 야간운항통제시간(Curfew Time)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구공항은 현재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10시간 비행기가 뜨지 못한다. 야간운항통제시간이 광주공항은 9시간, 김해공항은 8시간이다. 여행업계에선 “1∼2시간의 운항 통제에다 해외 관광지의 시차까지 더하면 관광상품을 만들기 어렵다”고 말한다. 또 야간에 착륙한 비행기가 승객을 싣고 다시 출발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외국인을 유치할 관광상품을 만드는 것도 활성화의 중요한 요소다. 외국 관광객이 없어 노선이 생기지 않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대구시의 신상철 교통기반 담당은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한편 일본 오사카 등지 노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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