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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인물 노출방지 TV화면 바둑판무늬 효과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화면을 보다 어떤 장면을 숨기기 위한 바둑판 무늬가 나올 때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보면 그 내용을 알 수 있다.』 성인용 비디오.영화의 특정부위,TV 뉴스,추적물에 등장하는 실제인물의 얼굴등이 「바둑판 무늬」에 가려졌을 때 이를 알아내는 방법으로 오래전부터 애용돼 오고 있는 비방(?)이다.
물론 이 방법은 그동안 방송사등으로부터 「있을 수 없는 일」또는 「단순한 착각」정도로 치부됐는데 영국의 뉴사이언티스트誌 최근호는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를 인용,놀랍게도 이 방법이 사실임을 밝히고 있다.
「픽셀레이션」으로 불리기도 하는 바둑판 무늬 기법은 화면에서가리고자 하는 부분을 수백개의 정사각형 구획으로 나눠 대략적인형체와 색상을 전달,현장감을 주면서도 바둑판을 이루는 직선들때문에 곡선등으로 이뤄진 실제의 상(像)을 알아 볼 수 없게 해프라이버시 보호등에 적합하다고 생각돼 왔다.
하지만 BBC방송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영국 몽퍼트大 영상연구소의 앤드루교수는 『실험결과 TV화면에서 바둑판을 이루는정사각형의 수가 2백개를 넘으면 눈을 가느다랗게 뜸으로써 누구나 실체를 알아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눈을 가 늘게 뜰 경우정사각형을 구획짓는 직선들이 속눈썹의 방해작용으로 인해 걸러짐으로써 정사각형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이 때문에 뇌세포는 주변정사각형의 색상등과 쉽게 연결지어 정보를 분석하게 된다는 것이다.또 사람얼굴의 경우 눈.코.입 의 위치와 색상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이미 갖고 있는 상태에서 뇌의 연상작용이 일어나기때문에 쉽게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 앤드루교수의 분석이다.이 때문에 그는 『바둑판 무늬의 정사각형수를 20~30여개로 대폭낮춰야 누구도 그 실체를 알아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동안 TV에 노출되는 증인.피의자.수사관의 신분보호에 어려움을 겪어온 영국경찰측으로부터 압도적인 지지까지 받고 있어 BBC등 방송사측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李孝浚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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