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어린이책] 거절할 줄 알아야 남들도 존중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나는 너무 착해서 탈이야
마저리 화이트 펠레그리노 글,
보니 매슈스 그림,
김수희 옮김,
어린이작가정신,
59쪽, 7500원,
초등 저학년

요즘 애들 영악하다지만 제 몫도 제대로 못 챙겨 부모 속 태우는 아이들도 상당수다. 특히 과보호로 키운 아이들, 외동으로 자라 경쟁상황이 생소한 아이들에게 흔한 사례다. 포장은 ‘착하다’지만, 실상은 ‘자신감 결여’인 경우도 많다.

미국의 심리상담사 출신 작가가 쓴 이 책은 ‘너무 착해서 탈’인 주인공을 내세워 “스스로를 아끼고 존중하라”는 교훈을 전하고 있다. ‘딱 알맞게’ 착해야 남들도 나를 존중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모두가 기분 좋아진다는 것이다. 사회생활에 첫발을 내디딘 아이들에게 상처 받지 않는 대인관계 비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3학년이 된 에이미는 학교생활이 힘겹기만 하다. 친구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서다. “야구공 좀 줄래?” “그 과자 좀 먹어봐도 되지?” “미안한데 딴 자리로 좀 옮겨 줄래?”란 친구들의 요구를 에이미는 모두 들어줬다. 그래서 에이미는 야구 경기를 못하게 됐고, 남아 있는 과자 부스러기라도 먹으려고 손가락에 침을 묻혀 봉지 안쪽을 꾹꾹 눌러야 하는 처지가 됐으며, 스쿨버스에서 자리를 양보하고 혼자 쓸쓸히 앉아 가야 했다. ‘친구가 화를 내면 어쩌나’ ‘친구가 나를 싫어하면 어쩌나’하는 두려움이 에이미를 거절 못하는 아이로 만든 것이다.

해결의 실마리는 토끼가 만들어줬다. 깜박 잊고 텃밭 울타리 문을 닫지 않은 날. 토끼가 텃밭에 들어가 양상추를 모조리 먹어치운 것이다. 거절 못하는 에이미의 고민을 알고 있던 할아버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충고한다.

“울타리를 잘 지키는 게 좋아. 안 그러면 내 텃밭에는 아무것도 안 남을 거고 토끼들도 언제 쫓겨날지 몰라서 안절부절못할 테지. 텃밭 주변에 울타리가 있으면 토끼들도 더 행복하단다.”

할아버지는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텃밭에 울타리를 친 것처럼 내 주변에도 울타리를 쳐야 한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거절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상상 속의 울타리를 치는 것이란다.

그래도… 친구들이 화를 내며 어쩌지? ‘착한’ 아이들의 근원적인 공포에 대해서도 할아버지는 명확하게 일러준다. “만약 사람들이 화를 내더라도 그건 잠깐이고 곧 잊어버려.” 소심하고 겁 많은 아이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줄 메시지다.

이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