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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오케스트라…역동적 안무…'화려한 볼거리'

중앙일보

입력

‘거친 남자들’ 이야기 두 편이 연말 공연가를 달군다. 축구를 소재로 한 뮤지컬 ‘뷰티풀 게임’, 출연진 모두가 남성인 연극 ‘나쁜자석’. 언뜻 남자 친구들의 우정과 갈등을 그린 듯하지만, 두 작품이 건네는 메시지는 그 이상이다.


상의를 벗어젖힌 네 젊은이의 환희에 찬 웃음. 축구공을 품에 꼭 끌어안은 그들에게선 승자의 흥분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포스터만 보면, 축구장을 무대로 한 젊은이들의 꿈과 열정 이야기쯤으로 비춰진다. 그러나 ‘뷰티풀 게임’의 시대적 배경은 암울하다.
‘뷰티풀 게임’은 인종·종교·정치 등 뮤지컬계에서 터부시 여겨온 소재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다시 한번 소재의 고정관념에 도전한 작품이다. 웨버는 ‘오페라의 유령’ ‘캣츠’보다도 이 작품을 가장 아끼는 자신의 작품으로 꼽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경이 되는 1970년대 아일랜드는 이념과 종교의 갈등에 휩싸여 있다. 정치나 종교에 관심 없이 오로지 축구만을 생각하는 존은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에 진출하는 것이 꿈이다. 사랑하는 여인도 있다. 반면 살아온 환경으로 인해 세상의 모든 것에 비딱한 시선을 가진 토마스는 한때 함께 땀을 흘리고 우정을 키웠던 존과 대립구도를 이룬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젊은이들의 사랑과 우정이 맹목적인 이념의 대립 때문에 망가지는 모습을 그린다. 사회적인 대립 상황 속에서 한 개인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얼마나 무력하게 파멸되는지를 보여준다.
‘뷰티풀 게임’은 웨버의 작품 중 가장 연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웨버의 작품 대다수가 대사가 없는 음악 중심의 형식이었다면, 이 작품은 드라마의 완성도에 비중을 둔다. 그렇다고 음악적인 요소가 소홀한 것은 아니다. 전자 바이올린·전자 클라리넷·전자 플루트 등 라이브 오케스트라가 선보이는 음악은 한층 강렬하다.

축구 동작을 모티브로 한 역동적인 안무는 독특한 볼거리. 1막의 축구 결승전 장면은 젊은이들의 힘과 열정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벨파스트 축구팀의 존과 그의 친구들에게 축구는 억눌리고 차별 받는 사회 속에서 해방되는 유일한 탈출구를 은유한다.

시대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인생을 망치고마는 존 역은 ‘토요일밤의 열기’ 이후 3년만에 뮤지컬 무대에 서는 박건형이 맡는다. 힘있는 음색으로 무대를 장악하는 김도현은 토마스로 나온다. 이외에 난아·조진아(메리 역 더블 캐스팅), 김기현(오도넬 신부), 김동호(프랭크), 김소향(크리스틴) 등이 출연한다.
2008년 1월 13일까지, 평일 오후 8시, 주말·공휴일 오후 3시·7시, LG아트센터. 3만~10만원. 문의 02-501-7888

아홉살로 돌아간 과거 속
친구 원석은 외톨이다!

연극 '나쁜 자석' - 두산아트센터


바닷가 절벽 위로 세 친구가 모인다. 10년 만이다. 어릴 적 또래 중 리더였던 민호, 출판사에서 일하는 은철, 고향에서 건축업을 하는 봉구. 스물아홉 동갑내기인 그들은 10년 전 그 자리에서 바다로 뛰어내린 친구, 원석을 추억한다.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 111’에서 공연 중인 ‘나쁜자석’은 20년간에 걸친 네 친구의 우정과 반목을 통해 인간관계에서의 외로움과 씁쓸함을 보여주는 연극이다.

극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플래시기법(현재 상황과 관계 있는 사건을 삽입해 작품의 시간적 순서를 차단하는 서술적 기법)으로 등장인물의 아홉 살, 열아홉 살, 스물아홉 살을 그려낸다.
아홉 살로 돌아간 과거 속에서 원석은 외톨이다. 서울에서 전학 온 원석은 혼자 동화를 쓰며 지낸다.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타임캡슐에 담아 땅에 묻던 날, 민호 일행은 원석을 친구로 받아들인다. 시간을 건너뛴 열아홉 살, 학교에서 음악밴드를 결성해 활동하는 민호와 친구들은 밴드 생활에 집착하는 원석을 못마땅해 한다. 음악적 취향이 다르다며 원석을 강제탈퇴시키던 날, 원석은 폐교에 불을 지르겠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폐교는 민호와 원석이 친구가 되기로 한 날, 둘이 몰래 들어갔던 비밀의 장소다.

‘나쁜자석’은 극중극으로 소개되는 원석의 두 편의 동화 중 하나다. 가까이 다가서면 밀어내는 자성(磁性)을 버리기 위해 스스로 ‘나쁜자석’이 된 원석 자신의 이야기다. 또 다른 극중극 동화인 ‘하늘정원’은 ‘나쁜자석’과 함께 ‘우리’가 될 수 없는 인간의 내면을 서정적인 판타지로 그려낸다. 각자의 방식으로 원석을 기억하는 민호·은철·봉구의 머리 위로 흩날리는 꽃가루, 원석의 동화 내레이션이 더해지는 마지막 장면은 극의 진중한 메시지를 함축해 보여준다.

스코틀랜드 극작가 더글러스 맥스웰 작, 유연수 연출, 김영민(민호)·정원조(원석)·김동현(은철)·곽자형(봉구)·여욱환(은철 역 더블 캐스팅) 출연. 12월 25일까지.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4시·7시, 일요일·공휴일 오후 3시·6시. 2만~3만원. 문의 02-764-8760

프리미엄 김은정 기자 hap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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