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一罰百戒보다 百罰百戒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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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육군53사단 장교 무장군무이탈사건의 해당 장교및 하사관과 하극상(下剋上)사병들에게 최하 10년의 중형(重刑)이 구형됐다.
사병도 아닌 장교가 무장군무이탈을 한다는 것은 그 동기야 어떻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또 상명하복(上命下服) 을 조직의 기본원리로 하는 군에서 하극상을 공공연히 장기간 계속한다는 것역시 있을 수 없는 일이다.이런 일을 방치한다면 군조직이 그 바탕부터 뒤흔들리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군이 이번 사건을 중대시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군검찰이 중형을 구형한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사건의 배경을 보면 이해할만한 점도 적지 않음이 관련자들의 진술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하극상이 공공연히 벌어지고 그러한 사실을 상부에 보고했는데도 응분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현실을 알리려던 것이 장교 및 하사관 군무이탈의 직접적인 동기가 되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더욱이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이런 현상이 상당히 광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도 그런 동기나 배경을 고려함이 없이 사건이 사회에 널리 알려지고 충격을 주었다 해서 직접 관련자만을 중벌(重罰)한다면 그들을 희생양(犧牲羊)으로 만드는 측면이 없지 않다.물론동기와 배경에 이해할만한 것이 있다고 해서 장교 의 무장군무이탈 행위가 용서될 수는 없다.다만 그들이 사회분위기나 혹은 군기(軍紀)를 잡기 위한 희생양이 되어 앞뒤 사정의 고려없이 중벌되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우리는 필요한 것은 이와같은 사건을 백벌백계(百罰百戒)로 그때그때 예외없이 처벌하는 것이지,어느 특정 사건만을 그 본보기로 중벌하는 일벌백계(一罰百戒)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무장탈영이나 하극상과 같은,군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를 했을 때엔 어김없이 처벌한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군기가 바로 설 일이지 어느 사건의 관련자만 엄히 처벌해서는 자칫 법의 형평(衡平)에만어긋나기 쉬울 뿐 군기확립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군 형법은 그 특성상 일반법에 비해 중형주의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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