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고속철 빠르기는 한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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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기는 엄청 빠른데…."

동대구역이 10일 주관한 고속철 KTX 시승에 참가한 대구시민이 보인 대체적인 반응이다. 고속철이 속도는 이름값을 했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는 것이다.

기자가 동승한 고속철(KTX 9012)은 이날 동대구역을 오후 1시18분에 떠나 경기 광명역에 20분간 멈춘 뒤 오후 4시58분 다시 동대구역에 닿았다. 시승에 나선 이모(67.수성구 범어동)씨는 "점심 먹고 서울 가서 해도 지기 전에 돌아왔다"며 "세상이 달라졌다"고 놀라워했다.

고속철은 칠곡 지천까지 기존선로로 서행하다 20여분 뒤 전용선로에서 '지금 막 시속 3백㎞에 이르렀다'는 안내방송을 했다. 그러나 속도감은 그리 느껴지지 않았다. 시속 1백㎞로 달리는 승용차를 탄 것과 비슷했다. 창밖 풍경도 잘 보였다. 고속철은 김천을 지나고 있었지만 "구미냐 김천이냐"를 확인하는 소리가 들렸다. 휴대전화 통화는 원활했고, 객차간 연결부위는 안전하게 처리됐다.

실내도 쾌적했다. 겨울이면 스팀으로 실내공기가 덥고 탁해지는 기존 열차의 단점은 고속철에선 없었다. 여승무원의 모습도 신선했다. 지상의 스튜어디스라는 여승무원 김나리(23)씨는 "특실에선 비행기처럼 식음료와 수면안대 등이 제공된다"고 말했다.

옥에 티라면 일반실의 좌석 불편이었다. 실내 폭은 새마을호보다 좁은데 가로로 4자리를 배치해 공간은 여유가 없었다. 일반실 시승자는 "차라리 새마을을 타는 게 낫겠다"는 말까지 했다. 열차 한칸의 좌석 절반이 진행 방향과 반대로 앉도록 배치된 것도 불만이었다.

추풍령 부근 터널구간은 소음.진동도 만만찮았다. 탁자 위에 올려진 종이컵이 떠밀려 움직일 정도였다. 대전 이북 구간과는 분명 달랐다.

"고속철이 빠르기만 해서야 되겠습니까. 승차감도 제값을 해야지요."

송의호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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