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당,국고보조금 손아귀에 박대표 당권장악 강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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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신민당의 내분이 반쪽 전당대회로까지 확대되면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박찬종(朴燦鍾)대표는 김동길(金東吉)대표를 따돌리고 양순직(楊淳稙)최고위원등 당내 비주류와 손잡았다.
朴.楊 두사람은 10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전당대회를 강행하고 朴대표를 단일대표로 선출했다.건장한 청년들이 대회장 주변을 겹겹이 둘러싸고 자파(自派)대의원들을 제외하고는 출입을통제하는 살벌한 분위기에서 朴대표는 당권을 챙겼 다.
金대표측은 대회장 진입을 시도했으나 몸싸움끝에 물러났다.金대표측은 즉각 전당대회의 원천무효를 주장하고 朴대표를 해당(害黨)행위자로 규정,「대표직무정지 가처분소송」을 법원에 제기하기로했다. ○…이날 전당대회에서 비주류측은 朴대표를 단일대표로 선출하는 한편 양순직.정상구(鄭相九).한영수(韓英洙).김용환(金龍煥).유수호(劉守鎬).박철언(朴哲彦).임춘원(林春元)씨등을 최고위원으로,金대표를 상임고문자리에 일방적으로 추대.
이날 전당대회가 열린 여의도 일대에는 朴대표측이 내건 전당대회 안내 플래카드들이 밤사이에 모두 찢기는등 주류와 비주류간 이전투구를 상징적으로 증명.
朴대표측도 전날밤 대의원 3백여명을 동원,전당대회장을 지키게하는등 주류측의 방해공작을 막아내기 위해 밤새 노력했다.
반면 주류측은 당 수호대책비상위원회를 결성하고 9일 열린 당무회의에서 朴대표를 제명.
또 이날 새벽 대의원 1백50여명을 동원해 朴대표의 도덕성을규탄하는 구호를 외치며 실력행사에 들어가 한때 대회장 주변은 각목이 등장하고 양측 대의원이 심한 욕설과 몸싸움을 벌이는등 험악한 광경.
한편 金-朴대표 양측은 전날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회동해 막판타협을 시도했으나『정기국회후 자유경선을 통해 당대표를 선출하기로 하고 그때까지 현체제를 유지하자』는 金대표측의 제안을 朴대표가 거절하는 바람에 무위로 끝났다는 후문.
○…신민당의 당권 싸움은 당내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라는외형을 띠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정당 국고보조금에 대한 욕심이 주요원인이라는 분석.
특히 내년에는 지자체 선거를 비롯해 각종 선거가 예정돼 있기때문에 이 금액은 1백13억원으로 늘어날 예정.
이는 제3당으로서 당운영을 하고도 남는 거액으로 주류와 비주류측은 이 국고보조금을 둘러싸고 한치의 양보없는 당권 다툼을 벌이게된 것.
또한 金대표.朴대표.楊최고위원등 세 사람간정치적 계산도 상당부분 작용.
朴대표는 내심 서울시장자리를 욕심내 金대표와 손을 잡고 통합을 추진하다 민주당의 태도가 명확하지 않자 金대표를 차버리고 당권확보로 돌아선 경우.
그동안 고립무원이던 朴대표 입장에서 당권 장악은 세(勢)와 지자체선거 공천권,국고보조금을 한꺼번에 얻을수 있는「꿩먹고 알먹고」인 셈.그러나 그의 기회주의적 태도로 정치적 손실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평가.
楊최고위원은 당장 서울시장이나 대권에 욕심을 낸다고 보기는 어렵고 다만 공천권 행사와 국고보조금을 의식,당권 장악을 기도하고 있다는 것이 지배적 분석.
〈朴承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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