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미국대선] 미국판 '兵風' 대선 핫이슈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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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베트남전의 유령에 시달리고 있다. 베트남 참전 용사인 존 케리(매사추세츠)상원의원이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왜 베트남전인가= 케리 의원은 예일대 졸업 후 해군에 지원했고, 베트남전에서의 영웅적 행동으로 5개의 훈장을 받았다.

베트남전에 그린베레로 참전했던 짐 라스먼은 "1969년 3월이었다. 베이 합 강을 통해 수중 침투작전을 하다 적의 매복에 걸렸다. 거의 죽게 된 상황인데 어디선가 보트 소리가 들렸다. 팔에 총탄을 맞은 케리가 나를 구하러 온 것"이라고 말했다. 퇴역 경찰관인 그는 공화당원이었지만 생명의 은인인 케리를 돕기 위해 아이오와주 당원대회(코커스) 이틀 전날 케리 캠프에 동참했다. 이처럼 베트남전 참전용사들은 케리 캠프에 속속 가세하고 있다.

케리가 베트남전을 강조하는 이유는 부시 대통령의 불분명한 군 경력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68년 텍사스 주방위군에 지원해 베트남행을 면했다. 게다가 72년 5월부터 73년 5월까지는 앨라배마 주방위군으로 전속됐다는데 당시 부대 사령관은 "부시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그러자 CNN은 "남의 자식은 이라크로 내몰면서 정작 자신은 군을 기피했느냐"는 등의 항의 메일이 쏟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뒤바뀐 입장=미 대선에서 전통적으로 공화당은 '아버지 문제'라고 불리는 국방과 외교문제에서, 민주당은 '어머니 문제'로 불리는 교육과 의료보험 등에서 유권자의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9.11테러 이후 공화당은 걸핏하면 민주당의 애국심을 문제 삼으면서 압박을 가해왔다. 그러나 케리의 베트남전 참전과 전투 경력은 공화당이 공격할 근거를 차단하고 있다.

◇반격 나선 백악관=백악관은 10일 부시 대통령의 주 방위군 근무 관련 기록을 공개하며 반격에 나섰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열고 72년 5월부터 1년간 부시 대통령의 봉급 명세서 및 그가 72~74년 군복무를 했다는 당시 텍사스주 공군방위군 인사처장 앨버트 로이트 중령의 서신을 공개했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는 ▶봉급명세서에 부시 대통령이 봉급받은 것으로 기록된 날은 1년 중 82일에 불과하고▶부대 상관들이 그가 봉급받은 날짜에 근무했었는지를 기억하지 못하는 점을 해명하지 못한 것 등을 근거로 이날 발표가 의혹을 해소하는 데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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