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정옹 58년 응어리 풀었다-황영조 우승에 남다른 감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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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황영조가 마라톤에서 우승,히로시마 평화공원 귀빈석 한쪽에 앉아 일본 하늘에 태극기가 휘날리는 모습을 지켜보던 손기정옹(82)의 가슴은 주체할 수 없는 감격으로 북받쳤다.
58년전 일장기를 달고 뛰어야 했던 손옹.그러나 이날 손옹의가슴속 응어리는 한꺼번에 풀렸다.
손옹은 황영조의 출전을 앞두고 59세나 어린 손자뻘의 후배에게 『올림픽챔피언이라고 방심해서는 안된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아침 일찍부터 골인지점에 자리잡은 손옹은 『나라없는 죄로이름까지 기테이 손이었어.요즘이야 얼마나 좋아.먹을 것,입을 것 걱정없고 자랑스런 조국이 있잖아.황영조는 꼭 일등할거야』라고 장담했다.이날 손옹의 깊은 마음속엔 이번 마라톤 대결이야말로 한국과 일본의 자존심 대결이라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다.
『모든 스포츠는 국력의 상징』이라고 힘주어 말하는 손옹은 골인직후 응원단의 태극기를 들고 광장을 도는 황영조의 손을 잡고기쁨을 나눴다.
아득한 세월을 사이에 둔 노소 선후배는 아시안게임을 두달 앞둔 지난 8월25일(중앙일보 9월3일자 37면 보도)태릉선수촌에서 만나 기필코 일본 본토에 태극기를 꽂기로 굳게 약속했었다. [히로시마=권오중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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