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한국으로 송환된 김경준씨가 서울중앙지검에 들어가기에 앞서 취재진을 돌아보고 있다. [사진=변선구 기자]
오후 7시50분 서울중앙지검 로비. 김씨는 "일부러 이때 온 거 아니에요. 민사소송 끝나서 온 거예요"라고 취재진에 입을 열었다. 꼭 한마디는 해야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뒤로 돌려 외치다시피 한 말이다. 조사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를 타기 직전이었다. 한국어가 서툰 듯 다소 어눌한 말투였지만 발음은 비교적 분명했다.
그의 말은 일부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대선을 겨냥한 기획 입국'이 아니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그가 언급한 민사소송은 ㈜다스의 투자금 반환 소송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스는 김씨에게서 투자금 190억원 중 140억원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미국 법원에 소송을 냈고, 김씨는 8월에 승소했다. 그는 앞서 중앙지검 청사 현관 앞에서 승합차에서 내린 뒤 주위를 둘러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와우"라는 감탄사를 터뜨렸다. 대기하고 있던 150여 명의 언론사 취재진이 일제히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자 나온 반응이었다. 자신에게 쏟아진 폭발적 관심에 놀라면서도 즐기는 듯 줄곧 웃는 모습이었다.
그는 포토라인에 잠시 선 상태에서 "한마디 하고 가도 될까요"라며 팔짱을 낀 수사관에 물었지만 수사관들이 반응을 보이지 않자 다시 묵묵히 걸어 들어갔다. 김씨는 중앙지검 10층의 조사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저녁 식사를 했다. 메뉴는 불고기 백반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차분하게 식사를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변호를 맡은 박수종(37.사시 36회) 변호사를 만난 뒤 검찰의 조사에 응했다. 검찰은 김씨를 이날 밤 늦게까지 조사했지만 밤샘 조사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김홍일 3차장검사는 "밤 12시 넘어서 계속 조사를 하려면 본인과 인권담당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가 입국하던 때 민주연대21과 엠비(MB)지킴이 회원을 포함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 지지자 150여 명은 인천공항 입국장 로비에서 "김경준은 사기꾼"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과 10여m 떨어진 거리에서는 여성유권자모임 회원 20여 명이 "이명박 후보 사퇴하라"는 구호를 외쳐대며 반대 목소리를 냈으며, 민주화운동가족협의회 등 진보단체 회원 30여 명도 플래카드를 들고서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박성우.최선욱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