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겉치레로 끝난 도덕성캠페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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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6일오후9시.소비.향락문화의 대명사로 통하는 서울강남구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서는 2백여명의 새마을운동협의회 회원들이 나와 「도덕성회복 가두캠페인」을 벌였다.
상인.주부.택시기사들로 구성된 회원들은 「퇴폐문화추방」등의 구호가 적힌 어깨띠를 두른채 보도를 따라 일렬로 줄지어 「침묵시위」를 벌였다.
이들의 손에 들린 피켓에는 『도덕적 불감증에 걸린 우리사회를치유하자』는등 사뭇 절박한 구호들이 적혀 있었지만 거리를 오가는 젊은이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한약상 부부 피살사건이다,지존파사건이다 해서 저희들도 걱정스러운건 마찬가지지만 이런 방식의 캠페인으로 효과가 있을까요.
』 친구를 만나러 나왔다는 李모양(26)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관심이 없기는 서로 마찬가지인듯 무표정한 얼굴로 이들을 스쳐지나가는 젊은이들에게 선뜻 전단을 건네주는 회원도 쉽게 찾아보기 힘들었다.오히려 이들의 관심은 현장취재를 나온 방송카메라에쏠려 있었다.
60대 회원 한명은 『구청직원의 연락을 받고 갑자기 나오긴 했지만 별로 관심이 없다』며 연신 시계를 들여다 봤다.
정작 유흥가로 몰려나온 청소년.젊은이들이 누구도 「어른」들의캠페인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인근 상인 몇몇이 나와 『오늘장사를 공치는것 아니냐』는 근심스런 표정으로 지켜볼 뿐이었다.
구청공무원의 인솔로 주변의 상가일대를 한바퀴 돌면서 주변상가에 들러 전단을 나눠주기도 했지만 반응이 시큰둥하기는 매한가지였다. 현장을 둘러보기로 예정돼 있었던 내무장관의 방문일정이취소되자 이들은 예정보다 30분 앞당겨 30분만에 행사를 끝냈다. 세대간의 두꺼운 벽,명분과 실제가 따로 노는 우리사회의 이면을 확인해 보이고「이방인」들이 떠난 로데오거리는 다시 곧 본래의 표정으로 돌아갔다.
〈芮榮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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