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건강문화>5.항생제 남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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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얼마전 암.당뇨.심장병 등 만성병엔 아직 뾰족한 완치수단을 갖고 있지 못한 현대의학이 그래도 큰 소리 칠수 있는 분야가 항생제를 이용,폐렴.결핵.레지오넬라균原병등의 완치였는데 그것마저 여의치 않게 됐다는「죽음의 세균 도래위기」라는 제하의 미국시사주간지의 보도가 있었다.그런 위기 상황에 대한 유력한 이유로 항생제 남용을 지적했다.미국 의약계는 항생제에 대해선 아직도 그 사용을 강력히 제한하고 있다.우리는 아무 약국에나 가서아무런 제약없이 원하는 항상제를 살 수 있지만 미국은 의사 처방없이는 어떤 약국에서도 항생제를 살 수 없으며 의사 역시 부작용을 염두에 두어 항생제 사용을 극히 자제하고 있다.미국에 이민 갈때는 한국에서 항생제를 사가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우리나라에서는 하다못 해 감기증상에도 항생제를 쓰고 의학적으로는 극히 신중을 기해야하는 어린이에게까지 항생제 사용은 규제된 적이 없었다.
항생제상용단위만 보아도 미국에서는 1백㎎단위를 벌벌 떨며 주의에 주의를 강조하면서 환자에게 항생제를 투여하는 것이 관례일때 한국은 5백㎎단위로 뛰고 그것도 부족해 1천㎎에 손을 대는정도였다.
의사나 약사 말을 따르지 않고 제멋대로 약을 며칠 먹다간 증후가 조금 사라지면 안먹고 악화되면 다시 곱으로 먹는 환자의 악습이 만든 결과였다.내성에 내성을 거듭하도록 만드는 한국인의치료태도도 문제지만 그것을 이용한 업계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항생제요법 만병통치시대가 끝나니까 다른 유행 아닌 유행이 의료계를 휩쓴 일도 있는데 그것은 신경안정제요법시대였다.
조금만 이상이 있어도 신경성이라면서 신경안정제를 쓰곤 했다.
한때는 환자면 거의 모두 신경안정제 복용을 상례화 한 적도 있었다. 요즘은 스테로이드제재요법과 에스트로겐요법시대가 도래한 듯하다.병에 유행이 있는지 몰라도 치료방법엔 다분히 있는듯이 보인다.그런 유행기에 의학계에선 그런 신요법이 만병을 해결하고부작용쯤은 문제가 아니라고 강력히 변호해 왔다.유행이 지나면 그 유행에 참가했던 의약자들은『그때 참 그랬어』라는 말로 묻어버리기 일쑤였다.부작용이 낳은 수많은 사례들은 그렇게 땅에 묻혀 잊혀져 왔다.항생제 사용을 극히 제한하는 미국사회에서 항생제 남용에 의한 세균내성기회가 늘어 햄 버거나 닭고기속의 장티푸스 정도에 중독증이 다발하고 있다면,닭고기.돼지고기.쇠고기.
양식물고기에 함유돼있는 항생제를 선택의 여지없이 먹어야 하고 초고단위 항생제로 초고내성을 초래해온 우리에게 죽음의 세균은 얼마나 위험한 단계에까지 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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