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발톱 세운 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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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냉전(冷戰)체제 붕괴후 유럽의 안보를 지키는 것은 유럽안보협력회의(CSCE)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두 기둥이다.
지금 유럽엔 발칸반도와 구(舊)소련지역에 민족분쟁이 있지만 국가간 충돌은 없다.CSCE와 나토라는 확실한 안보 장치가 전체질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에는 이같은 장치가 없다.미국(美國).중국(中國).러시아.일본(日本) 4개 강대국들간 협조와 반목(反目)의 미묘한 균형에 의해 「불안한 평화」가 유지되고 있으며,그마저도 일부 국가의 군사적 야심으로 위협받고 있다.
최근의 가장 큰 불안 요소는 바로 중국이다.중국은 냉전 종식(終熄)후 아시아에서 미국.러시아 세력의 퇴조에 따른 힘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군비증강(軍備增强)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제발전으로 얻게 된 여력(餘力)을 군비확장에 대거 투입하는새로운 부국강병(富國强兵)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89년이래 매년 전년비(前年比)12~15%의 국방비를 증액해온 중국은 올해는 무려 22.4%나 증액,군비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특히 눈에 띄는 것은 공군력과 해군력 증강이다.중국은 91년 러시아로부터 수호이 27 전투기 24대 구입을시작으로 최근엔 미그 29및 31전투기와 장거리수송기 일류신을구입하고,이들 비행기의 라이선스 생산까지 추진중이다.
해군력에 있어선 신형 미사일구축함.공격형잠수함 건조를 추진하는 한편 연안(沿岸)경비형 해군으로부터 외양형(外洋型)해군으로전환하기 위해 러시아로부터 항공모함 도입과 자체 건조를 함께 시도하고 있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주변국들이 불안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타이완(臺灣)은 물론 인도.말레이시아.태국.인도네시아.싱가포르등도 불안을 느끼고 군비확장에 나서고 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중국은 지난 8월 랴오둥(遼東)반도에서유 사시 한반도에 상륙하는 가상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또 이달초부터 상하이(上海)부근에서 20년래 최대규모의 해.
공군 합동훈련을 실시중이다.
「神聖 94」로 명명된 이번 훈련엔 핵잠수함.미사일구축함과 러시아제 최신 공군기들이 참가하고 있다.
지난달 타이완 앞바다에서 실시한 「東海 4 호」기동훈련 이후불과 보름만이다.
발톱을 세운 용(龍)은 더욱 사나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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