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프로 해외수출 빛좋은 개살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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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인기 TV프로의 해외수출이 활기를 띠고 있으나 판매가가 턱없이 낮은데다 시장 또한 아시아권에 국한되고 있어 뉴미디어 시대를 앞둔 국내영상산업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최근 KBS는 홍콩WHARF케이블에 인기미니시리즈 『느낌』과『폴리스』를 팔기로 계약을 맺었으나 편당 단가는 1천~1천5백달러(한화 80만~1백20만원)선으로 미국드라마 국내수입가 5천~1만달러(한화 4백만~8백만원)에 크게 뒤처 진다.우리드라마 5~10편을 팔아야 미국드라마 1편 값이 되는 셈이다.
MBC가 지난달 홍콩스타TV에 판매.방송해 대만등지에서 좋은반응을 얻은 『마지막 승부』역시 편당 1천9백달러(1백52만원)선에 팔렸으며 SBS 또한 『사랑의 향기』와 『오박사네 사람들』을 각각 홍콩WHARF케이블과 ATV에 편당 1천2백달러의「헐값」에 판매했다.
SBS는 최근 스타TV에 『머나먼 쏭바강』을 편당4천5백달러(3백60만원)에 판매,최고수출가를 기록했으나 이 경우는 SBS가 사운을 걸고 만든 대작드라마임이 수입사에 인정된 예외적 케이스로 봐야한다는 지적이다.
헐값 수출로 방송3사가 지난해 번돈은 MBC가 3백만달러(24억원)이며 KBS 80여만달러(6억4천만원),SBS 50만달러(4천만원)인 반면 같은기간 해외프로 수입총액은 2천만달러(1백60억원)에 달해 심각한 「방송무역역조」를 빚 고있다.
지난 6월 대만에 1백만달러(8억원)어치 프로그램 수출을 성사시킨 KBS는 최근 미국산 미니시리즈 『스칼렛』(바람과 함께사라지다 속편)한편을 수입하면서 지난해 수출수입 80여만달러(6억4천만원)를 몽땅 털어넣어 모처럼의 성과를 무색하게 만들기도 했다.
수출프로가 헐값을 받는 원인은 국내 방송사의 일천한 판매경험과 드라마.다큐멘터리물에 한정된 수출품목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프로수출에 필수적인 M/E분리제작(대사와 음악.음향 분리제작)이 정착되지 않고 있는 것이 근본원인이라고 MB C제작단 노승우차장은 말한다.
대사와 음악.음향을 분리하지 않고 함께 수록하는 국내프로는 외국말 더빙을 위해 음악.음향까지 함께 지워야 하기 때문에 수출협상에서 가격이 깎이는데다 수출조건이 까다로운 미국.유럽에는접근조차 할 수 없어 자연 수출시장도 규모가 작 은 아시아권에한정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현재 M/E분리방식으로 제작된 드라마는 KBS미니시리즈 『무당』이 유일할 뿐 아직 국내 방송계에는 그 중요성이 인식되지 못한 상태다.
노차장은 『M/E분리는 물론 철저한 해외판매전략을 세운 뒤 제작에 들어가는 미국방송사의 경우 드라마수입의 25%이상을 수출로 벌고 있다』며 『M/E분리제작은 비용은 싼 반면 수출효과는 크므로 국내 제작진도 이 방면에 관심을 기울여 드라마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李殷朱.姜贊昊.李后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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