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오일샌드'의 나라 마다가스카르가 움직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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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만화 영화 마다가스카르에서 그 땅은 동물들에게 희망의 땅으로 등장한다. 맹수도 없고, 독 뱀도 없는 그런 땅이다. 그래서 권력을 잃은 사자가 새로운 삶을 꾸리는 땅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마다가스카르는 동물의 왕국이다. 그런데 이 섬이 지금은 오일 샌드의 땅으로 변하고 있다. 캐나다에 이어 전세계 2위의 오일 샌드 매장량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현장을 찾아봤다.

11월6일 오전. 마다가스카르 오일 회사가 임대한 10인승 경비행기가 수도 안타나나리보 인근 공항을 이륙, 방향을 서북으로 돌리자 척박한 사막성 구릉이 펼쳐진다. 능선은 얌전했지만 바짝 말라 있었고, 얕은 계곡에서만 나무들이 마른 땅에서 물을 빨아들이고 있다. 사람 사는 기색은 없다.

한시간 정도 날아가자 황토색 속살이 파헤쳐진 곳이 드문 드문 보인다. 마다가스카르 서해안으로부터 150㎞ 정도 내륙에 있는 베몰랑가-3102 오일 샌드 광구다. 오일 샌드는 석유를 머금은 모래로서 분리된 기름은 비투맨으로 부른다.

베몰랑가 지하 300m 까지 다양한 깊이에 두께 50~200m 두께로 분포돼 있는 암보로안도 지층은 비투맨을 흠뻑 머금고 있다. 오일 샌드로 유명한 캐나다 캘거리 소재 D&M사의 ‘2006년 9월 베몰랑가 평가서’에 따르면 총 매장량 166억 배럴, 가채량 98억 배럴이다. 배럴당 70달러로 잡으면 총 매장량은 1000조원이 넘고, 가채 매장량은 610조원이나 된다. 한국의 일일 사용량 220만배럴을 기준으로 총 매장량은 20년 사용 분량이다.

베몰랑가 남부에 바짝 붙은 치미로로 광구엔 오일 샌드와 중질유가 함께 있다. 캐나다 캘거리 소재 노르웨스트사의 2007년 평가에 따르면 추정 매장량 12억 배럴이다. 현장의 영국인 기술자가 ‘중질유가 뚝뚝 떨어지는’ 모래 기둥을 보여준다. 현장엔 이미 2억 달러 가까운 채굴 설비가 투자돼 있다. 알바로 켐포우스키 소장은 “현재 2개공에서 중질유를 생산중”이라며 “2008년 7월이면 상업적 생산이 가능한 매장량이 최종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다가스카르 오일은 치미로로 광구에서 생산되는 중질유를 저장할 탱크 설비를 공사중이다.(사진) 이 회사는 그 밖에도 서북 지역에 5개 광구를 더 갖고 있다. 개발담당 책임자인 제레미 마르틴은 “암보로안도 모래층이 서북 지역을 종단하고 있어 전망이 높다”고 말했다.

모두 개발되면 ‘80억 배럴의 심해 유전 대박이 터졌다’고 들떠 있는 브라질을 제칠 매장량이다. 그 뿐 아니다 마다가스카르에는 12개 오일 샌드 광구가 있다. 추정 매장량 1200억 배럴이다. 오일 샌드로 세계 3위 산유국이 된 캐나다의 매장량이 1750억배럴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개발되지 않은 것은 생산비 때문이다. 오일 샌드로 1배럴의 원유를 만드는데 20~40달러가 든다. 일반 유전의 최대 10배나 돼 저유가 시절엔 엄두도 못냈다. 중질유도 점성이 높아 뜨거운 스팀을 불어 넣어 묽게 한뒤 추출ㆍ운송 해야하는 부담이 있다. 거기다 대량 생산을 구상하기엔 인프라 사정이 좋은 편도 아니다. 그래서 이 두 광구는 투자은행인 크레딧 스위스 그룹이 100% 출자한 마다가스카르 오일의 자산으로 관리만 돼 왔다. 서북 지역에도 인도의 이사(Esah)그룹이 광구를 갖고 있지만 개발되지 않았다. 나머지는 척박한 사바나 땅 아래서 아직 잠자고 있다.

그러나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고, 고유가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따라 상황은 달라졌다. 마다가스카르 오일은 16일 베몰랑가와 치미로로 광구 지분 50%에 대한 국제입찰을 한다. 마다가스카르 대통령실 관계자는 ”20여개의 석유 업체가 몰렸고 그 가운데 두개의 메이저급 회사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KCO에너지(대표 전대월)가 입찰에 참가했다.

마다가스카르 오일과 최대 50년간 공동 소유ㆍ개발 계약을 맺고 있는 마다가스카르 정부도 산유국의 기대를 키우고 있다. OMNIS(광업 및 산업 전략실)를 11월 초 대통령 직속 기구로 전환,석유 관리를 강화했다. OMNIS의 조엘리 라라하리사니아 차관은 “석유 개발에 투자하는 외국 회사에 최대한 편의를 제공할 것”이라며 “한국 참여를 적극 환영한다”고 말했다.

베몰랑가ㆍ치미로로(마다가스카르)=안성규 기자

☞마다가스카르=아프리카 대륙 남동쪽에 있는 섬나라다. 세계에서 네번째 큰 섬이며 면적은 59만㎢다.남북 1600㎞,동서 최대 800㎞다.수도는 안탄나나리보이며 인구는 1800만이다. 주민은 인도네시아계와 아프리카계가 반반이다.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지를 거쳐 60년 독립했다.20년 군부 통치하에 있다 2002년 12월 라바로마나나 대통령이 당선돼 집권했고 현재 연임중이다. 농업이 주종이고 국민소득은 2005년 950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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