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업부도-시중 돈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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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기업,특히 중소기업들은 앞으로 연말까지 자금을 구하기 위해 미리부터 여러가지 수단을 강구해야 할 것 같다.
이미 통화당국의 예상보다 돈이 더 풀린데다 각종 정부부문의 지출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고 외국인 주식투자한도 확대에 따른 해외부문 유입도 늘어날 것이 뻔해 통화당국의 입장에서는 뒷수습이 다급해진 국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물가 불안과 경기 과열에 대한 우려도 통화관리에서의운신 폭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당장 이달만 해도 통화공급량은 추석이 낀 지난달은 물론 지급준비금 파동으로 시중자금이 경색됐던 8월(9천3백47억원)보다도 적은 5천억~1조원수준으로 예정되어 있다.
올 7~9월중 시중에 풀린 돈은 7조5천억원에 달했다.한은이올 하반기중 모두 10조원정도는 풀기로 한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10~12월 석달동안 남은 돈은 약 2조5천억원에 불과한 셈이다. 게다가 앞으로의 사정은 더욱 좋지 않다.
재정부문의 지출에다 외국인 주식투자한도 확대조치로 인해 약 20억달러(1조6천억원)의 외국돈이 추가로 유입될 전망이다.
통화당국의 입장에서 증가율을 당초 목표대로 지키자면 자연 은행 돈줄을 죌수밖에 없고 이런 의지는 10월 통화관리방향에서도잘 드러나 있다.이미 한차례 혼 쭐이 난 금융기관들도 언제 통화긴축과 자금난이 올지 몰라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결국 이에 따른 부담은 기업이나 가계에 돌아올 수밖에 없다.
물론 대기업들은 그런대로 견딜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대부분의중소기업,그리고 개인들은 은행에서 돈을 쓰기가 더욱 어려워질 게 불가피한 상황이다.시중 자금의 절대량은 부족하지 않은데도 자금의 배분은 균형을 잃어 「부익부 빈익빈(富益 富 貧益貧)」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공산이 크다.
때문에 9월중 잠시 0.16%(잠정치)로 떨어졌던 전국어음부도율도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는게 금융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李在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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