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美日 포괄협상 보고-경제대국의리더십 아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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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①이번에 타결된 美日포괄경제협상은 양국간에 몇가지 문제점을 노출시키는 계기가 됐다.
②미국은 슈퍼301조와 같은 일방적 무역조치로 다자간 무역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일본 역시 미국이 시장개방 수치목표를 제시하기까지의 배경을 무시한채 선의의 피해자임을 강조했을 뿐이다. ③미국은 WTO정신의 존중을 통한 국제무대에서의 리더십이,일본은 불균형 시정을 통한 국제적 공헌이 각각 요구된다 하겠다. 여러차례의 마감시한을 넘겨오던 美日포괄경제협상이 美통상법 슈퍼301조의 연례일정에 따라 부분적으로나마 합의에 도달했다.
세계교역 순위 1,3위 국가간의 포괄무역협상이 실패할 경우 파급될 영향을 고려할 때 이번 합의는 그나마 다행한 일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그러나 美日포괄무역협상에 대한 보도를 접하면서우리는 역설적으로 몇가지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 지 않을 수 없게 된다.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번 협상에서 나타난 미국과 일본의 자세다.
美행정부는 통상법 슈퍼301조를 근간으로한 협상의 부분타결로세계무역기구(WTO)의 의회비준에 더 유리한 여건이 마련되었다고 평가했다.즉 미국은 WTO체제가 출범하더라도 슈퍼301조와같은 일방적 무역조치를 지속적으로 유지함으로써 자국의 이익을 추구해나가겠다는 것이다.이와 같은 미국의 자세는 다자간 교역체제로 새롭게 출범하는 WTO의 신뢰도를 크게 저하시킬 뿐 아니라 美통상정책의 우선순위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더욱이 이번 협상결과의 혜택 이 미국에만 돌아갈 경우 최혜국대우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게돼 다자간 교역질서의 확립에 회의를 불러 일으키게 될 것이다.
美日포괄무역협상에서 보여준 일본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일본은 미국의 시장개방확대 요구를 관리무역으로 규정짓고 시종일관 선의의 피해자로서 임해왔다.그러나 미국이 시장개방목표수치의 제시를 요구하게 되기까지의 배경을 살펴보면 일본이 선의의피해자라고만 간주할 수 없다.
***自國이익만 생각 美日포괄경제협상의 직접적 동기는 그칠줄모르고 늘어나고 있는 일본의 對美무역흑자라고 할수 있다.물론 이러한 무역불균형문제를 무역협상으로 해결하려는 접근방법도 적합하지 않지만 눈에 보이는 무역장벽이 없다고 해서 무역불균형의 해소를 장기간 연기해서도 안될것이다.이와같은 일본의 태도는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위상을 저하시킬뿐 아니라 일본 국민의 복지향상에도 도움을 주지못하게 된다.
교통.통신.기술의 발달로 세계경제는 하루가 다르게 하나의 지구촌화를 향해 변하고 있으며 냉전체제의 종식으로 모든 나라들은자국 경제력의 확대를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이러한 세계경제환경속에서는 국가간 또는 지역간 경제분쟁의 소지 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이와 같은 상황에서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새로운 국제교역질서를 효과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다자간체제의 확립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지난 4월 모로코의 마라케시 각료회담을 통해 7년여간 끌어온 UR협상이 성공적으 로 마무리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냉전체제의 종결로 약화된 미국의 정치적 역량을 경제적 역량을통해 복원하기 위해서는 슈퍼301조와 같은 일방적 조치의 유지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WTO와 같은 다자간교역체제의 강화에 美통상정책의 최우선순위를 둠으로써 全세계국가들에 일관성 있는 리더십을 보여 주어야할 것이다.
이제 일본도 경제대국으로서의 리더십을 보일 때가 왔다고 본다.새로운 국제교역질서가 WTO중심으로 효과적이고 안정적으로 규율되기 위해서는 세계거시경제의 지나친 불균형이 지속되어서는 안될 것이다.많은 경제학자들은 이미 일본의 국제수 지 흑자폭과 지속기간이 지나치다는 평가를 해오고 있다.美日포괄무역협상의 해결을 위해서가 아니라 일본 국민의 복지향상과 세계무역의 안정적성장을 위해 일본 정부의 과감한 정책 패키지 수립과 이행이 기대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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