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立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4면

농업국가였던 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은 땅에 대한 집착이 유달리강하다.그러다 보니 예로부터 땅에 대한 독과점이 문제가 되었다.이런 현상은 공업화로 접어든 지금도 여전하여 수백만평을 가진재벌이 있는가 하면 한 뼘의 땅도 갖지 못한 서민이 많다.
중국의 경우는 더욱 심했다.땅이 곧 국력을 의미했으므로 옛날의 전쟁은 땅 빼앗기 싸움이나 다름없었다.게다가 전국시대부터 국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토지의 사유를 인정하면서 생산성은 크게향상되었지만 빈부 격차는 더욱 심해졌다.여기에 억상(抑商)정책으로 부호들이 자본을 토지에 투자하는 바람에 토지의 집중화가 심화되었다.
그 결과 귀족은 권력으로,부호는 재력으로 땅을 소유하게 되니자작농은 소작농으로,소작농은 머슴으로 전락하게 되어 마침내는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게 되었다.
한나라 무제 때의 동중서(董仲舒)는 이같은 현상을 개탄했던 사람이다.
『부유한 자는 수천만 평의 땅을 가지고 있지만 가난한 자는 송곳을 꽂을 만한 땅조차 없도다.그들은 빈민이 되어 마소와 같은 옷을 입고 개.돼지의 먹이를 먹고 있다.』 입추(立錐)는 「송곳을 세울 만한 땅」이다.「입추의 여지(餘地)도 없다」는 말은 한 뼘의 땅도 없다는 뜻이다.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서민들이 그런 것 같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