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원은 개인능력에 의존하는 쌀알조직-洪부총리 취임一聲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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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그동안 재무부에서 금융.세정 정책을 담당해 왔던 홍재형(洪在馨)신임 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이 취임 첫날부터 「기획원 쌀알론」을 펴는등 기획원 직원들이 듣기 싫어하는 「밖에서 본 기획원상」에 대해 거침없이 지적,눈길을 끌고 있다.정 통 재무관료로 평가받는 자신의 경제기획원 관(觀)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
洪부총리는 5일 취임식에서 경제기획국이 준비해준 취임사는 멀리하고 평소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밝혔다.그는 기획원맨들을 「쌀알」 그리고 「구름 위에서 노는 사람들」로 비유했다.
『기획원은 쌀알처럼 흩어져 개인능력에 의존하고 있다.반면 재무부는 끈끈한 조직이다.주위를 돌아볼 줄 아는 너그러움과 넉넉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기획원 사람들은 개인능력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조직력으로 움직이는 재무부를 본받을 만하다는 뜻으로 넌지시 꼬집은 것이다.
그는 이어 『다른 부처에서는 기획원을 향해 구름 위에서 논다고들 하는데 발을 땅에 디디고 있어야 설득력이 있다』는 「뼈있는 소리」도 했다.기획원의 현실감각 부족을 이런 식으로 표현한것인데 『어떤 정책에 대해 해당 부처보다 더 연 구하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논리를 펴야 조정.통제능력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洪부총리는 또 「바람이 부는 것을 보았는가」라는 영시(英詩)의 한 줄을 인용하면서 기획원에 변화에 민감한 조직이 되기를 촉구했다.『바람이 부는 것은 아무도 보지 못한다.그러나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을 보면 바람이 부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경제현상의 변화를 빨리 읽어 내고 때로는 변화를 선도하는 사람이 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같은 시각이 옳고 그름을 떠나 이는 재무부등 다른 부처에서기획원을 보는 시각이면서 특히 부총리가 된 洪장관의 느낌을 보여준 것이라,기획원맨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 들이고 앞으로 洪부총리의 행보가 어떻게 전개될 지에 과천 관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洪부총리는 또 필벌(必罰)쪽에 무게를 두고 신상필벌의 원칙을 강조해 적이 분위기를 긴장시켰으며,일본에서도 정부청사엔 밤늦도록 불이 켜져 있다며 더욱 열심히 일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沈相福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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