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업>피아니스트 백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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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6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뛰어난 기량으로 한국 국적으론 처음으로 3위에 입상한후 피아니스트 백혜선(29)은 또 하나의 세계적인 연주자로 조명받게 되었다.
중학교때 유학을 떠나 15년째 미국 보스턴의 뉴잉글랜드 콘서바토리 등에서 연구해온 백혜선은 오랜 외국생활에도 불구하고 한국팬들에게 외국인이라는 거리감을 주지 않는다.
백혜선은 원숙한 경지의 기량과 화려한 수상경력뿐만이 아닌 여러 측면에서 우리 음악인의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백혜선은 고국을 자주 찾아 크고 작은 연주회에서 성실하게 선을 보였기 때문에 우리 음악팬들도 그의 성장을 제대로 지켜볼 수 있었다.
그는 정밀하고 섬세하면서도 여성으로선 놀랍도록 시원시원한 연주를 한다는평가뿐만 아니라 따뜻한 성품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음악에 관해서도 백혜선은『개성짙은 해석을 하는 화려한 솔리스트로서 나서는 것보다 아직 음악 본질적인 것에 정성을 쏟기에도미흡하다』며 겸손함을 보인다.
피아노 연주이외에는 다른 것을 별로 해보지 못해 결혼도 아직깊이 고려해 보지 않았다는 백혜선은 내년봄부터 서울대교수로 임용돼 고국의 후배들을 가르친다.
기량면에서 원숙한 경지에 오른 그는 평소 피아노의 거의 모든것을 커버하는 리스트의 작품을 많이 연주하지만 『슈만의 서정적이고 섬세한 곡들을 더 좋아한다』고.
지난달 불가리아 소피아 방송교향악단과의 협연에서도 정성어린 연주로 여러가지 측면에서 미흡했던 이날의 공연을 살렸다는 평을들었다. ***9일 예술의 전당서 협연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입상후 화려한 귀국공연을 예상한 관객들에게 무엇보다도 내실있는 연주에만 전념했다는 구도자적인 예술가의 자세를 보여준 셈이다.
따라서 멈춤이 없는 발전과 변화를 느낄수 있는 그의 연주를 자세히 감상해 보는 자리가 더욱 빛나게 된다.
백혜선은 9일 오후7시 예술의전당 음악당에서 국내 최고 연주자들로 구성된「금호현악사중주단」과 브람스의 피아노4중주와 5중주 실내악곡들을 협연한다.
글:蔡奎振기자 사진:張忠鍾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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