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한화 완승으로 끝난 플레이오프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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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해태는 더이상 예전의 날카로움이 없었다.
당초 해태가 우위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완승을 거둔한화의 모습은 자멸하는 호랑이를 타고 날아오르는 독수리였다.
호랑이의 발톱이 무뎌진 것은 준플레이오프 출전선수 명단에서부터 드러났다.
두팀의 출전선수는 25명씩.이 가운데 한화가 7명의 투수를 포함시킨데 반해 해태는 9명의 투수를 끼워넣었다.
3전2선승제의 단기전에서 투수를 9명씩이나 포함시켰다는 것은「투수층이 투텁다」라기보다는「야수층이 얇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해태는 두경기를 통해 모두 7명의 투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9명 가운데 이재만(李在晩).최재영(崔宰榮)은 등판 기회를 갖지 못했고 강태원(姜泰遠)은 2차전에서 패색이 짙어진 뒤에야 마운드에 올랐다.
1차전에서 양회열(梁會烈).박병호(朴炳鎬),2차전에서 홍현우(洪弦佑).박병호의 실책이 패인이 됐던 것을 생각하면 해태 김응룡(金應龍)감독으로서는「쓸만한 야수가 없기 때문에 투수를 9명이나 엔트리에 넣어야 하는」고육지책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해태가 야수층이 얇아 고전한 반면 한화는 1차전에서 진상봉(陳祥奉),2차전에서 이종호(李鍾豪).박지상(朴志相)등 대타요원들이 제 몫을 해주며 완승을 이끌어냈다.등록된 7명의 투수 가운데 이상군(李相君)을 제외한 6명의 투수를 효과 적으로 운용한 것도 승리의 비결이었다.
1,2차전 모두 결정적인 순간에 실책에 의해 승부가 갈린 것은 결국 실책을 저지를 위험을 안고있는 선수들을「알면서도 쓸 수밖에 없는」데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호랑이는 예전의 날카로움을 잃은 상태였고 독수리는 그 허점을놓치지 않는 예리한 부리를 갖추고 있었다.
[대전=李泰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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