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맏형의 막내 같은 화이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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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나이도 어린데 벌써 최고참이 됐네요.”

대표팀 최고참이 된 여오현이 13일 튀니지와 연습 경기를 치른 뒤 배구 월드컵 선전을 다짐했다.

1978년생 여오현(29·삼성화재)이 어느새 남자 배구대표팀 맏형이 됐다. 18일 일본 8개 도시에서 개막하는 남자배구 월드컵 대표팀 멤버 12명 중 여오현은 유일한 70년대 생이다. 대표팀 붙박이 레프트였던 79년생 이경수(LIG)가 허리 부상으로 빠져 81년생 이선규(현대캐피탈)가 여오현 다음이다. 한양대 1학년 박준범(19)과는 열 살 차이가 난다.

 하지만 투지만 보면 여오현이 가장 젊다. 13일 태릉선수촌에서 4세트로 벌어진 튀니지와의 연습경기(2-2)에서 리베로 여오현은 디그를 놓칠 때마다 얼굴을 찡그리며 분통을 터뜨렸다. 후배들이 민망해하며 일으켜 세워줘야 했다.

 여오현은 2001년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당시 주포였던 김세진·신진식·김상우와 ‘월드 리베로’ 이호는 모두 은퇴했다. 서른이 안 된 나이에 최고참이 될 정도로 대표팀은 젊어졌다. 하지만 여오현은 불만이다. “국가대표가 됐는데도 선수들이 소속팀에서보다 책임감이 없는 것 같다”며 “투지와 반드시 이기겠다는 집념이 아쉽다”고 말했다.

 여오현의 수비 부담도 더 커졌다. 신영수(대한항공), 김요한(인하대), 박준범 등 레프트 공격수들은 파괴력에 비해 수비가 약하다. 류중탁 대표팀 감독은 “수비는 여오현의 비중이 절대적”이라며 “포지션이 리베로라 주장(신영수)은 못 맡았지만 실질적으로 여오현이 팀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구 대한배구협회 강화이사는 “최태웅(31·삼성전자)이 가세할 가능성도 있지만 세대교체가 이뤄진 이상 당분간 대표팀은 여오현이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대표팀은 14일 스페인과 한 차례 더 연습경기를 한 뒤 16일 일본으로 떠난다. 12개국 중 3위까지 베이징올림픽 출전권이 주어진다. 

글·사진=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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