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개되는 北美회담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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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제네바 北-美 고위급 회담이 5일 오후 재개되지만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특히 북한의 입장이 계속 강경해지는 추세고 한미(韓美)역시 기존 입장을 거듭 다짐한 뒤라 겉모양새로는 어두운 형국이다.
회담기간중 한미는 연례안보회의를 열어 팀스피리트훈련 재개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할 계획이며 이에 대해 북한은 벌써부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회담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끼칠 것으로보인다. 한미는 로버트 갈루치 美수석대표가 제네바로 복귀하기전한승주(韓昇洲)외무장관과 회동,세부전략을 재점검했다.결론은 한국형 경수로.특별사찰 실시등 기존 입장의 재확인이다.韓장관은 한발 더나가 북이 성의를 보이지 않을 경우 안보리 제재 불가피성과 팀스피리트훈련 재개등을 북한측에 강력히 경고해야 한다는 점을 갈루치대사에게 전달했다.물론 북한이 유연한 입장을 취할 경우에 대비한 세부적 대응책등 극적인 절충안도 협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과 미국은▲영변(寧邊)5㎿ 원자로 재장전▲폐연료봉 처리▲특별사찰 실시시기▲한국형 경수로 채택등 핵심사안에 대해 수석대표회담과 실무회담을 번갈아 가며 지난 1주일동안 협상을 벌인뒤실무회담을 세차례나 계속했지만 입장차이를 전혀 좁히지 못했다.
북한은 3단계 1차회담인 8월13일 합의 때와 달리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회담초부터 핵연료봉 재장전 의사를 밝히고 폐연료봉 3국 이전을 거부해 미국과 논란을 벌였다.
한국형 경수로 채택 문제도 미국이 기술.재정.정치적인 측면을들어 한국형 불가피론을 강조했지만 북한은 막무가내로 반대했다.
북한은 당초 경수로 완공후에나 사찰을 받겠다고 버티다 경수로건설이 시작돼 완공이 확실하게 보장될 경우 사찰을 받을 수 있다고 다소 유연한 입장을 취했다.그러나 미국은 경수로 건설관련기자재가 북한으로 출발하기 이전에 실시해야 한 다는 입장이어서간격은 여전하다.따라서 정부는 3단계회담이 이번 2차 속개회담에서 광범위하고 철저한 타결을 보지 못한채 3차나 4차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북한핵문제가 또다시 유엔안보리로 넘어갈 경우 대비책을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북미(北美)양측 모두 파국을 원치 않고 있다는 점에서극적인 양보와 타협 가능성도 있다.
워런 크리스토퍼 美국무장관은 3일 방미(訪美)중인 첸지첸(錢其琛)중국 외교부장과의 회담에서 중국이 북한 지도부에 영향력을행사해 줄 것을 요청했고 중국측도 동의했다.이에따라 중국의 역할이 다시 주목된다.
韓장관은 지난3일 기자들과 만나『양측은 현재 입장차가 크며 북한의 입장에서는 나중에 양보하더라도 끝까지 버텨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고 했고 첸지첸 부장도 북한의 강경입장 선회를 전략적 측면이라고 해석했다.
회담이 속개되면 북한의 속셈을 보다 정확히 읽을 수 있겠지만일단 북한이 회담 결렬까지는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을 것이란 관측들이다.
〈崔相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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