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봉은국교-책가방.시험없는 신바람 교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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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삼성동 봉은국민학교는 작년부터「3X학교」로 통한다.X세대가 많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 아니라 학교생활에서 필수품처럼 여겨지는 책가방.시험.성적표가 없는 학교라는 뜻이다.
책가방이 없는 대신 학교에는 개인사물함이 있고 집에는 선배에게서 물려받은 교과서가 한 벌 있다.
시험이 없는 대신 퀴즈와 학습발표회가 있고 졸업때까지 「동요60곡 외워 부르기」「동시 1백편 암송하기」「1천권 책읽기」등의 성취과제가 있다.
이렇다 보니 등수와 점수가 없게 되고 성적표도 자연스럽게 없어 졌다.학생들은 성적표대신「나의 학교생활」이라는 생활통지표를받는데 여기에는 선생님과 학생의 사진이 붙어 있고 인사를 잘한다느니 토론에 잘 참가했다느니 하는 자잘한 생활 이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상은 많다.유머감각상.만화그리기상.인기상.예의범절상등 2백20여가지나 된다.그래서 졸업식에서는 모든 학생이 자신의 성격,개성에 따라 상을 받는다.
『소수정예를 길러 내는 학교가 아니고 행복한 학교,즐거운 학교,재미있는 학교가 목표입니다.』 작년 이 학교에 부임해 「3X운동과 인간교육」을 처음 실시한 장길호(張吉浩.54)교장은 유아.초등교육 장학관을 거치며 생각해 온 이상적인 교육을 이 학교에서 실현하고 있다고 자신한다.사물함 등을 마련하기 위한 비용 2천4백여만원은 어머니들이 폐휴지를 모아 판매한 대금으로충당했다.
이 학교 어머니회장 김영희(金泳希.36)씨는『시험이 없어져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지만 아이의 표정이 밝아지고 자발적으로 책을 읽는 등 스스로 알아서 공부해 아이들이나 어머니들 모두가 좋아하고 있다』고 말했다.
〈梁善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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