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을만드는사람들>남자가수에 치마입힌 코디네이터 김현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최근 『너없는 동안』이란 노래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가수 김원준. 경쾌한 노래도 일품이지만 그의 격렬한(?) 허리춤과 이에 걸맞은 「치마 패션」이 단연 눈길을 모은다.김원준에게 치마를 입힌 여자,코디네이터 김현량씨(28)가 바로 그 장본인이다. 『김원준씨 3집 앨범이니까 그동안 평범한 이미지에서 깜짝 놀랄만한 변신을 시도할 필요가 있었어요.허리춤을 추니까 허리 움직임을 강조하려면 아래옷을 펑퍼짐하게 입는게 좋고요.』오랜 고민끝에 내린 그녀의 결론이 바지위에 치마를 둘둘 감아 입히는것.김원준은 『재미있겠다』며 제안에 흔쾌히 응해주었다.
또 남성이 치마를 입는 유럽.일본의 패션추세와 김원준의 여성적 분위기가 그녀의 시도에 자신감을 주었다.
그녀가 돌보는 식구는 김원준 외에도 여성듀엣 코코,음악그룹 뮤,개그맨 홍록기등이 있다.
이들 의상의 특징은 한마디로 평범하지 않고 「튄다」는 것.여기에 평범한 스타일을 정말 싫어하는 김씨의 기질이 한몫 했다.
『평범한 것은 시청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파격을 즐기다보니최소한 3~4개월정도는 패션을 앞서가며 삽니다.』그녀는 요즘 코코의 패션을 좀 바꿨다.
전에는 재미있게 보여주기 위해 장난기를 발동,얼굴에 주근깨를만드는등 일부러 못난이패션을 만들었으나 요즘엔 차분한 가을분위기를 반영해 단순하고 고급스러운 차림을 추구하고 있다.
또 뮤를 위해서는 그룹인원이 많고 나이가 어린 점을 감안해 색을 줄이고 딱딱한 이미지의 정장류를 고르고 있다고.
그러나 최근 방송가에서 선정적 옷차림을 규제하고 나서면서 김원준의 옷차림이 화제가 된 사실에 대해 김씨는 몹시 서운해하고있다. 『재미있는 시도였는데….그러나 괜찮아요.이미 새 옷차림의 변화를 모두 구상해 놓았거든요.』김씨는 『시청자들이 불쾌해한다면 스타의 날개도 무용지물』이라며 『자신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장식미술과 출신.대학때 휴학하고 잡지사.동일레나운에서 활동하는 바람에 입학 8년만에 대학을 졸업했다.
이 분야 8년 경력중에 방송일은 3년째.발도 적잖이 넓어 50여개사로부터 협찬받고 있다.
일하면서 가끔 옷차림에 대해 매니저와 의견이 충돌하고 「졌을때」가 가장 속상하다는 김씨.자신의 작품에 대해 남들이 이러쿵저러쿵 말하면 화부터 내는게 흠이다.
남들은 근사하게 꾸며주면서 정작 본인은 「차려입지 않은 느낌」을 고수한다.일부러 볼터치도 안한 얼굴에 청바지,하얀 셔츠,검정 재킷등을 즐겨 입는다고.다만 오래 입을 것을 고려해 비싸지만 좋은 브랜드의 옷을 선호한다고 귀띔한다.
『하루도 쉴 틈없이 뛰어다니느라 힘들다가도 제가 골라준 옷을입은 연예인이 무대위에서 예뻐보일 땐 정말 흐뭇해요.』앞으로 경험을 넓히기 위해 김씨는 내년께 유럽에서 디자인을 공부해볼 계획이다.
〈李殷朱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