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가는 지금 한류 연구로 뜨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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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류(韓流)가 미국 아이비리그에서 어엿한 학문적 연구 대상으로 뿌리내리고 있다.

동부 명문대로 꼽히는 컬럼비아대 산하 한국학연구소는 17일 전 세계의 한국학 관련 학자 및 전문가 10여명을 불러 ‘한류: 동아시아 및 세계 속의 한국 대중문화’라는 주제로 워크숍을 연다. 초빙학자 중에는 찰스 암스트롱 컬럼비아대 한국학연구소장을 비롯, 한국 사회문제를 연구한 낸시 아벨만 일리노이대 교수, 한국음식 전문가인 네덜란드의 카타르지나 크위에르트카 레이든대 교수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한류의 역사적 의미를 짚어본 뒤 한국 영화·연속극·음악·공연·음식 등 각 분야에 대해 토론한다.

이에 앞서 배우 박신양은 12일 조지아주립대에서 ‘세계 무대로의 한류’라는 주제로 초청 강연을 했다. 그는 연기 및 한국문화 등에 대한 자신의 시각을 펼쳐 보였다.

지난 2월에는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한류 인 아시아’라는 제목의 포럼이 열렸었다. 이날 행사에는 가수 겸 프로듀서인 박진영과 방송인 박정숙이 주제 발표자로 나서 바람직한 한류의 미래상 등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특히 박진영은 “한류가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류라는 이름이 필요 없다”고 주장, 적잖은 논란을 일으켰다.

이처럼 올 들어 미국 대학에서 한류 관련 세미나 등이 잇따라 열리는 건 한국 대중문화의 저력이 이 곳에서도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장금’ 등 한국 드라마가 아시아계 뿐 아니라 히스패닉 이민자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면서 미국 학계에서도 한류를 주목하게 됐다.

컬럼비아대 워크숍을 기획한 암스트롱 교수는 “한 국가의 문화적 파워는 정치·경제력에 따라가는 게 일반적이나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정치·경제적 위상보다 훨씬 더 강력한 문화적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한류의 본질은 무엇이며 왜 최근 생겨났는지, 계속 유지될지 여부 등을 이번 워크숍을 통해 학문적으로 고찰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참여할 박정숙씨는 “한류가 한국의 주변국들은 물론 가장 폐쇄적인 북한 사회에까지 스며들면서 남북한 화해 분위기를 이끄는 매개체 노릇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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